우리나라 체육수업에서는 ‘아나공’이라는 말이 있다. ‘아나 여기 공 있다’라는 뜻이다. ‘공’ 하나 던져놓고 학생들끼리 알아서 축구나 피구를 하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체육수업이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학생들의 능력과 흥미를 고려하여 수업연구를 하고 이를 실천하는 선생님도 많이 계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체육수업은 ‘여건과 시설’에서 뿐만 아니라 ‘인식’에 있어서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전인교육이라고 하면 지·덕·체가 조화를 이루는 교육을 의미한다. 그러나 학교교육에서 ‘체’와 관련된 유일한 교과인 체육은 전인교육에 기여하는 주요 교과로 여겨지기는커녕 구색 맞추기 교과로 전락한 경향이 짙다. 즉, 체육이라고 하면 즐겁게 노는 시간, 즉 ‘학습’이 아닌 ‘놀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체육은 신체활동 욕구의 실현, 인류 신체문화 유산의 계승과 발전, 체력 향상, 건강 증진, 사회성 함양과 같은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가치를 갖고 있다. 일찍이 세계 주요국가(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미국, 중국, 일본 등)들은 체육의 고유한 가치를 깊이 인식하고 체육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일 체육 수업을 진행하는 나라도 있다. 현행 제7차 교육과정에서도 체육은 인류의 신체문화 전통을 계승한 교과로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교과로 규정하고 스포츠, 무용, 체조, 안전, 보건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같은 체육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아나공’과 같은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체육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교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체육이 주지교과를 학습하는 틈틈이 이루어지는 ‘들러리 시간’, ‘노는 시간’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체육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을 위해 가장 공헌할 수 있는 교과이며 인류의 신체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학문의 한 영역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둘째, 체육교과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 이수와 수업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교사연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도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시설·용구의 현대화 및 고급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훌륭하게 구성한들 이를 뒷받침할 시설과 용구가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또한, 시설과 용구는 학생들의 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생각해볼 때, 더 이상 시설과 용구의 현대화와 고급화는 미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오늘도 먼지 나는 운동장에서 조악한 용구로 더위와 추위를 극복하면서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현장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생각해볼 때, 체육교육의 정상화는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체육과교육과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필수종목 만큼이라도 원활하고 안전하게 수업이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