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인근 중학교 학생들이 학교 급식을 먹고 집단으로 설사 증세를 보여 280여 명의 학생이 식중독으로 밝혀졌고 이중 32명이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최근 장마철의 고온다습한 날씨, 잦은 학교급식 사고의 주범은 바로 세균과 곰팡이 번식으로 인한 세균성 이질 등 전염병이나 식중독 이다. 이 학교는 금년도 개교한 신설교로써 급식 시설은 최신 설비로 완공돼 운영되고 있었을 테지만 장마철의 복병 식중독의 위험성은 완전히 없애지 못했던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1951년 학교급식을 시작한 이래, 지난 1996년 장관출혈성 대장균 O157에 의한 식중독 사건으로 단기간에 9,372명의 환자를 발생시키며 11명이 사망하는 충격을 줌으로써 일본 전역에 학교 급식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사건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1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선거 공약 이행 차원에서 결식아동 지원을 시작으로 확대된 이래, 현재는 전국 초중고 거의 모든 학교 급식을 실시하는 등, 짧은 기간에 크게 확대되어 학생들의 책가방 무게를 줄임은 물론 학부모들의 도시락 준비에 따른 번거로움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의 급식사업 확대정책에 따른 양적 성장은 실적 채우기의 문제점을 적잖게 야기하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의 위생 상태는 수십, 수백 번을 지적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만큼 그동안 학교급식 위생을 둘러싸고 식중독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교육행정 당국의 지도 감독이 철저해지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선진국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최신 시설을 갖추게 됨으로써 위생적인 문제가 많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잊어버릴 만하면 TV 뉴스를 장식하는 식중독 사건 등은 아직도 학교급식에 위생관리의 허점이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우선, 학생들이 먹는 음식은 항상 청결하고 위생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신선해야 한다. 급식이 확대되면서 일선학교에서는 조리한 음식을 제 때에 급식할 수 있는 장소 확보가 어려워 시차를 두고 급식하거나, 조리와 배식, 식당이 서로 달라 과정상의 변질 또는 청결 문제 등 위생관리에 허점이 있다.
문제점 중의 하나는 직접적인 수혜자인 학생들은 학교 급식의 의견제시나 감독 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끼에 2천원 남짓한 식사를 학교에서 하는 학생들의 불만은 번번이 묵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젠가 '내일 청소년 생활문화마당'이라는 시민단체가 지난 4월~5월 모 대도시 지역 고등학교 학생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학교 급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매우 불만족'이 24%, '불만족' 38%로 나타나는 등 전체의 62%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또한 학교급식 부분에서 불만족스러운 점을 묻는 질문에는 73%가 '맛과 질이 안 좋다',46%가 '위생상태가 불결하다'고 답했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입시에 시달리는 야간자율학습 고교생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나섬으로써 입맛에 맞지 않거나 부실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루 2끼를 학교급식으로 때워야 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학교급식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도 마찬가지다. 맞벌이 주부는 물론 직장 여성이 아닌 엄마들도 어느새 자녀의 도시락을 싸주는 것이 부담스럽기 시작하면서 학교 급식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해 주니 경제적으로 고맙고 , 시간 절약 상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식대 비를 부담하는 학부모가 직접 자녀가 먹는 음식의 질과 위생문제 해결에 참여할 기회는 일반화되어 있지 못하다.
물론 학부모 대표 몇 명으로 구성된 학교급식모니터링 제도가 있어 월1회 등 주기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학교와 학부모의 특수 역학 관계상 이 제도 또한 한계가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학교급식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학생, 학부모는 물론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감시단이 법제화되어 음식을 평가하고 위생관리를 지도 감독함으로써 학교급식 운영의 질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