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8월 23일) 개학을 앞두고 3학년 담임선생님의 임시회의가 열렸다. 회의 안건은 수시 모집 1차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의 추수지도에 관한 건이었다.
대학 수시 모집 전형이래 매년 반복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일선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뚜렷한 대책 없이 수수방관(袖手傍觀)해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본교에서는 기존에 발생했던 학생 사안이 재차 발생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로 하였다.
교장실에서 열린 회의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자못 진지하기까지 했다. 우선 작년에 발생했던 문제점을 제기하여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었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로 대두된 것이 학생 생활문제였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일찍 귀가하는 탓에 자칫 잘못하면 탈선하기 쉬운 만큼 담임선생님들은 항상 부모님과의 연계를 둔 생활지도가 필요하다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 그리고 무단결석, 지각, 조퇴가 없도록 담임선생님의 각별한 지도를 부탁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당부의 말씀도 곁들여졌다.
그 다음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 문제는 수업 운영에 관한 건이었다. 각 반별로 합격한 인원의 수가 다소 차이가 나 수업을 하는데 큰 차질이 생겼다. 특히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들로 인해 그 밖의 아이들이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별한 수업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만 했다.
논의 결과 2학기 학사 운영에 따른 중간,기말고사를 위해서라도 본 수업은 그대로 운영하기로 하고 수준별 보충학습 시간에는 이동식 수업을 하기로 잠정 결정지었다. 그리고 수시 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계획한 프로그램(컴퓨터, 영어회화, 일본어회화, 한자 쓰기 등)에 참여하게 하여 수업의 공백을 채우기로 하였다.
이 밖에도 2시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지도에 대한 문제는 3학년 담임선생님에게만 국한(局限)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모든 선생님들이 애정 어린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기는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대인 만큼 입시의 중압감(重壓感)에서 해방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탈선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고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반면에 청소년은 미래에 대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 잠재능력을 올바르게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는 도와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막연한 제시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제시해 줌으로써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년에 사회 첫 발을 내딛게 될 청소년들이 이질적인 2가지 이상의 문화와 집단생활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며 그 어느 것에도 완전하게 소속될 수 없는 주변인(周邊人 marginal man)이 아닌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중추적인 사람이 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