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약속 때문에 서점을 간 적이 있다. 만나기로 한 친구가 올 때까지 시간도 때울 겸 이리저리 책을 살펴보던 나의 눈을 사로 잡은 책이 한 권 있었다. 제목은 대충 '상해의 교육은 이렇다'와 비슷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펴보니 중국 상해에서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에 대한 것이었다.
'왜 이런 책이 나왔을까' 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이번 6월 말에 상해 한국 학교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근무하시던 선생님께 들은 말이 떠올랐다. 학교의 전반적인 현황을 설명하시다가 학생들 대부분이 1년을 넘기지 않고 학교를 그만 다닌다고 하셨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외 파견 근무를 목적으로 중국에 온 부모와 함께 온 터라, 부모의 근무 계약이 만료되면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라는게 선생님의 설명이였다.
하지만 뒤따라 이어진 설명은 내게 다시 한번 우리 교육의 현실을 개탄하게 했다. 바로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유학 온 학생들에 대한 내용이 그것이다.
현재 대학들의 입시전형을 살펴보면 '외국어 특별 전형' 이라는 것이 있다. 명칭을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더라도, 외국에서 몇 년 거주하고 온 학생들은 공인 외국어 시험만으로 대학 입학의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해 한국 학교뿐 아니라 기타 타국제학교에서 공부하는 고등학생들 중 몇몇은 특별 전형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높은 교육열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자녀가 출세하길 바라는 것은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고, 그래서 자녀 교육에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사교육 열풍이라고 비유될 정도의 교육비 부담으로 부모들의 허리가 휘는 것은 예사이고, 자녀들에게 좀 더 질 높은 교육을 시켜보겠다는 열망에 의해 조기유학을 보내거나, 아예 기천만원의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원정출산을 하는 일 등은 이제 비일비재하다. 어떤 경우엔 아예 가족들 전체가 이민을 가기도 한다.
대체 교육은 무엇을 위한 것이고 왜 그렇게까지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목을 매는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건, 바로 사회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목적 지향적인 교육이 능사라는 식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부는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고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수양이 아니라 오로지 성공을 위한 수단이라는 잠재적 교육 풍토는 너무나도 깊게 뿌리 박혀 있기에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다.
사람은 많은 경험을 해 볼 필요성이 충분하고, 국내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더 뛰어난 교육시설을 갖춘 해외로 나가 공부하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공(예를 들어 좋은 학벌)만을 자녀를 해외로 유학시키는 것은 교육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이다. 자녀들이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도록 유학을 보냈고 그렇게 해서 대학진학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과연 자녀들이 정말로 자신들의 인격을 다듬고 더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자녀들의 머리 속에 지극히 비인간적인, 철저한 자본주의의 논리만이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