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는 요즘 가치관의 혼란으로 큰 갈등을 겪고 있다. 학생들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학생들과 눈높이를 못 맞추었는지도 모른다.
개학 후 남학생들의 머리 모양이 엉망이다. 이건 도저히 학생 머리가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모 TV에서 방영됐던 ‘야인시대’에 등장했던 거지머리 스타일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이것이 유행인 줄도 모른다. 담임, 학년부장, 학생부장 순서로 머리 지도를 하는데 선생님들도 여간 힘든 게 아닌지 교감에게까지 하소연을 한다. 몇몇 담임은 학생들과의 싸움에 지쳐서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그래도 학생부장은 그 직함에 어울리게, 포도대장 신분에 맞게 사명을 걸고 각 학급을 돌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지도에 임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있은 이후로 가위나 기계를 대지는 않지만 학교규정에 맞게 깎고 올 것을 약속하고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한다. 우리 학교는 지난 해,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완화된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생들은 인권위의 권고를 자유화로 알았는지 그야말로 끈질기게 요구한다.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중고등학생의 머리자유화 주장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부당한(?) 머리 규제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홈페이지를 도배할 정도다. 정말 끈질기다. 집요하기도 하다. 때론 험악한 욕설까지 나온다.
그러나 교육청의 답변은 한결 같다. “단위학교별로 교사․학생․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두발의 자율화 여부 및 규제의 범위와 지도방법 등을 정하여 시행하라”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인격적 손상을 주는 지도방법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박교선 교육연구사는 "두발 규제 완화를 '두발 자유화'로 오해하는 학생이 많다"며 학생들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두발규정을 포함한 학교생활규정을 개정할 때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민주적 합의에 의해서 정하고 일단 정해지면 약간의 불만이 있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잘 지키도록 지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학생부장 경력만 10년이 넘는 L부장(46)말에 의하면 “재학생의 90%는 알아서 머리규정을 잘 준수하고 5%는 지도에 순응하고 나머지 5%는 지도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마지막 5%가 문제”라는 것이다.
학생부장 지도를 받던 1학년 10여명 중, 강박감을 못 이겨냈는지 두 명이 무단결석을 했다. 사정을 알아보니 가출이라는 것이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교감선생님, 이제 학생들이 학생부장 기(氣)까지 꺾으려 하네요.” 학생부장은 어이가 없는지 말을 잊지 못한다.
학부모와 선생님들, 학생들이 수소문하여 간신히 이틀만에 그들을 사우나에서 찾았다. 학부모에게 인계하고 상담하고 그들을 반가이 맞이했다. 그 다음날, 그들은 머리를 단정히 깎고 왔다. 야단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듯 싶다. 교문에서 담임과 손잡고 들어오는 학생을 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말했다.
“학교 착실히 나올 거지?” “네!”
대답도 다소곳하다. 가출까지 결행할 학생의 모습이 아니다. 머리를 단정히 깎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의 얼굴 모습이 해맑다. 웃는 모습을 보니 순수 그 자체다. 나도 웃으면서 그 미소에 답한다.
학생생활지도,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만 진다. 학생부장, 기피 1순위가 된 지 오래다. 2년차의 교감, 능력이 부족한 건지, 시대의 흐름을 못 쫒아가는 건지, 그들과 눈높이를 못 맞추는 건지…. 안타까운 가출 해프닝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