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줄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런 맛을 진작 맛보기나 했더라면 벌써부터 욕심내어 덤벼 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이 맴돌 뿐입니다."
이글은 9월1일자로 승진하신 어느 교감선생님의 승진축하에 대한 답 글(인사장)의 앞부분에 나오는 글을 옮겨 적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8월 말로 정년을 해야 하는 분이시니 승진의 기쁨을 겨우 맛보다가 평생을 바쳐 일한 교직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소박하게 담겨져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고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장문(A4 3매)의 인사장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가장 긴 인사 장을 보내왔다. 교육계에 들어 온지 40여년 세월에 겪은 일이요, 숨겨졌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쓰셨다. 정년까지 오로지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교직을 떠나는 분도 있는데 1년이라도 승진의 맛을 보고 교직을 마무리하게 되어 더욱 좋아하시는 것같다.
당시 38대1의 경쟁을 뚫고 사범학교에 입학하여 발령이 나지 않아 경남으로 초임발령을 받았다가 군복무를 마치고 충북에 채용고시에 합격하여 고향에서 안정되게 교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당시는 승진제도는 시험으로 연수대상자를 선발했는데 수험공부를 하느라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폐단이 있다고 하여 현행의 승진 점수를 모아 연수대상자를 선발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가장 점수 비중이 높은 벽지점수를 따려고 늦게 벽지학교를 찾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5개교나 폐교가 되는 불운이 닥쳤다고 한다. 특수학급도 담당하여 열심히 가르쳤으나 벽지 점수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시골학교 근무 때 장마로 떠내려간 다리를 놓으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도장을 받아 다리공사를 준공한 뿌듯한 보람, 배구선수를 육성하여 도 대회 준우승까지 한 일, 취타대 지도, 연극 지도, 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 3년 등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분이었는데 승진은 후배들에게 밀리고 말았으나 교직생활의 총평은 한마디로 '대만족'이라고 한다.
1년 남은 교직생활이지만 건강하시고 보람 있는 교육의 열매를 맺는 축복이 가득하시길 빌며 가장 소박하고 솔직한 마음을 적어 인사장을 보내주신 분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