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를 1년 열두 달을 다녀도 똑같은 장면은 볼 수 없지요. 변화무쌍한 날씨와 산(산맥)과 마을과 들판이 시시때때로 멋진 풍경화를 보여줍니다.
'조금 있다 찍어야지' 하다가 맘에 드는 풍경을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요. 요즘 비가 오고 난후 청명한 가을날씨 덕분에 일찍 출근하는 맛이 납니다.청양에서 대천 쪽으로 구봉산의 여주재를 넘다보면 산 저쪽과 이쪽의 날씨가 확실히 다른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여주재를 넘자 마자 이름없는 산맥과 산맥 사이에 하얀 구름이 학이 춤을 추듯 느리게 움직이며 깔려 있습니다. 1년중 몇 번밖에 볼 수 없는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발아래 익어가는 들판과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출근일랑 하지 말고 오른쪽으로 길게 난 마을길로 따라 들어갈까요? 아담한 동네를 뚫고 나아가면 하얀 구름에 파묻힌 또 다른 마을이 있을텐데······.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이른 아침의 멋진 풍경에 나그네는 넋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