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운동회가 열렸다. 전교생이 135명 정도의 작은 학교이지만 큰 학교 못지않게 프로그램은 풍성했다.
개인달리기가 시작되었다. 획기적인 일은 조별로 세 명씩 달리기 조를 구성하였는데, 모두 3등 안에 들어 모든 아이들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 달리기를 못해 얼굴을 찡그리던 아이들도 오늘만은 모두 활짝 웃으며 결승선으로 들어왔다.
개인 달리기가 끝나고 재미있는 놀이 한마당이 열렸다. 저학년 고학년부로 나뉘어 모두 일곱 마당으로 진행되었는데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마당이었다. 저학년부 놀이마당을 소개하면 제기차기, 콩알 아리온, 징검다리 건너기, 공 멀리 나아가기, 콩 주머니 던지기, 협력하여 공 나르기, 고리던지기였고 , 고학년 부는 달팽이 놀이, 탁구공 멀리불기, 꼬리잡기, 여왕벌 닭싸움, 깃발을 잡아라, 징검다리 달리기였다.
다음으로 학부모님들의 놀이마당이 열렸는데 모두 다섯 마당으로 종목은 굴렁쇠 굴리기, 긴 줄넘기, 5인 육각. 배드민턴 제기차기, 콩 주머니 피구였다. 긴 줄넘기와 오인육각을 하시면서 가끔 넘어지시기도 하셨지만 어린 시절을 상기하며 마냥 즐거워하시는 표정이었다. 동네가 작고 또 학년이 한 학급인지라 학부모님들께서도 학년에 상관없이 모두 아는 사이셔서 그런지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하였다.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시간! 그런데 점심시간에 매우 정겨운 풍경이 있었다. 어머니들께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점심을 정성껏 준비하신 것이다. 어린이들은 어머니께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정성껏 점심을 대접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어린이들이 말로만 듣던 ‘경로효친’을 실제로 눈으로 보고 느끼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천막으로 드리워진 그늘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 받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마음이 얼마나 흐뭇하고 즐거우셨을까? 또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이웃과 함께 정담을 나누며 음식을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한 컷 한 컷 모두 담아두고 싶은 모습들이었다.
오후 프로그램 첫 순서로 각 학년 장애물 경기가 이어졌다. 각 학년 담임선생님들께서 갖은 아이디어를 동원한 3-4가지의 장애물을 둔 경기는 흥미를 더해 주었다.
공을 차며 목표물을 돌아온 후에 뛰어가기, 자루에 들어가 뛰어가기. 줄넘기를 열 번 넘고 뛰기, 비취 볼 10번 치기, 코끼리 코를 하고 10번 빙글빙글 돈 후에 달려가기, 일학년 학부모님들 자녀 업고 뛰기, 가위, 바위, 보 한 후 지면 다시 돌아갔다가 이기면 뛰어가기 등으로 달리는 순서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었다.
애향계주에서는 동네 대표로 나온 어린이들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여 이어달리기를 하였다. 그야말로 온 운동장은 함성의 도가니였다. 동네이름도 도촌 마을, 안씨 마을, 협동 마을, 범데미 마을 등 참으로 전통적인 정겨운 이름들이다.
다음은 저학년 줄다리기로 학부모님들도 함께 참여하였다. 3판 양승인데 한편만 계속 이기는 바람에 두 번에 승부가 가려졌는데 학부모님들께서 아쉬워 하셔서 학부모님들만 한번 더하기도 하였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예상에도 없던 경기가 진행되었으니 이 어찌 여유 있고 넉넉한 운동회가 아닐까?
다음은 이번 운동회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전교생 계주이다.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 한 전교생 계주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아슬아슬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손자가 달리는데 빨리 달리라고 팔을 돌리시며 라인을 달려가며 응원을 하셨고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뛸 때마다 이름을 목청껏 부르며 응원하셨다.
이제 모든 경기가 끝났다. 환경 파수꾼이 되기 위하여 청, 백이 경쟁을 하며 단번에 운동장을 깨끗이 하였다. 곧 폐회식이 있은 후 아이들은 상품으로 받은 공책과 연필을 들고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모습으로 부모님과 함께 교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지역주민들이 함께 이루어 낸 운동회가 매우 뜻깊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