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예시한 학교생활 규정으로 교원과 학생, 학부모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교육부는 강제성이 없는 단순 예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학교에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예시안에는 교사가 체벌 전에 반드시 학생의 정신적, 신체적 이상 유무를 확인토록 규정하고 있다. 교사가 수많은 학생의 정신과 신체적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또한 정신적 이상유무에 대해 교사가 판단할 기준도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는 자칫 체벌로 파생할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교사에게 돌리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결국 교권의 중대한 결국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학생이 대체벌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 역시 논리가 모순되며 비현실적이다. 교육부의 주장대로, 체벌은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 불가능할 때 시행하는 최후의 교정수단이다. 그럼에도 학생이 다시 대체벌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앞 뒤 논리가 맞지 않다.
더구나 학생이 스스로 체벌을 원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다. 제3자 입회하에 시행하라는 체벌 조항 역시 정부가 체벌을 교사의 교육적 수단보다는 단순한 매질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더욱이 체벌에 대한 개념은 더욱 혼란스럽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체벌을 신체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일체의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생활규정에는 '매로 때리는 것'에 대한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의 생활규정에 충실한다면 매로 때리는 것 외에 운동장 돌기 등 그 밖의 벌은 시행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그
렇다면 체벌 외의 각종 벌에 대해서는 교사가 임의로 시행해도 되는 것인지, 정부 당국에 되묻고 싶다. 이러한 미비점이 바로 학교생활규정이 졸속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주된 이유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더욱 문제다.
9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불가피한 경우에는 체벌을 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획일적인 체벌 금지를 확대하였다. 이 조치가 교권실추와 교실붕괴의 직접적 원인으로 비난받자 지난 3월 발표한 공교육내실화 방안에는 체벌 허용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최근에는 예시규정까지 발표한 것이다.
예시규정 내용의 타당성과 해묵은 체벌논란이 재연되자 교육부는 이번에는 강제성이 없다는 식으로 슬쩍 한발 물러서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와 탁상공론식 전시행정에 학교만 멍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