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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리포트(미분류)

어른이 먼저 변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교육관이 아주 혼란스럽다. 특히 학교 교육의 보편적인 기준과 가치가 무너져 교육 현장이 매우 흔들리고 있다. 가정교육은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자기만 손해 보지 않고 얻으려고만 하는 가치관이 확산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분명 아닌데', '그렇게 해서는 곤란한데'하는 소리는 차츰 줄어들고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가지고 말을 해', '왜 무엇이 잘못되었는데'하는 쪽으로 목소리가 기울고 있다.

입시 교육, 출세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한 가지만 잘하면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밀고 나갔던 특기 ․ 적성 교육! 희생과 봉사 정신을 기르겠다고 시도한 봉사활동 등이 보충수업으로 전락되어 버렸는가 하면, 진정한 봉사활동은 줄어들고 거짓 봉사활동이 되어버렸다.

수많은 개혁을 하고 있는데도 학교 교육에 만족할 수 없다고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학교 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교원에 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자 교육부는 전문적 지식이나 철학적 바탕이 없는 사람들의 이말 저말을 듣고 해결을 한다는 것이 미숙하고 졸렬한 대안을 내어놓고 있다. 교원평가제가 바로 그 중의 하나다. 국민적 합의도 안 된 대안을 강행하려다 교원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학부모의 의견을 내세워 시범운영을 강행하고 있다. 교육이 왕도를 찾아가야 하는데 패도로 밀어붙이려 한다.

대다수 교원들이 교원평가제를 보는 눈은 일선 학교에서 힘들게 시행하고 있는 특기․적성 교육처럼 소리만 요란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변질되어 허지 부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며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초 ․ 중등학교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사이버 교육의 발달, 정보화 사회의 급속한 진행은 학교 밖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학교가 필요 없다고까지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학교가 새로운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교육 재정이 부족하고 새로운 교수-학습 기법이나 학교 경영 기법을 소홀하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책임은 교육 당국과 학교 경영자, 교사들이 함께 져야 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일부 교직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 학교 교육이 부실하게 된 원인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생각으로 경영을 강화하려 한다.

학교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교장의 뜻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아이들에게 교원들이 스스로 다가서야 한다. 아이가 선생님 보다 더 앞서가고 있는데 새로운 경영 기법을 개발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만족하는 교육을 할 수 없다. 교육은 지식을 축적하여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쓸모 있는 지식을 찾아가게 하는 일이다.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서 바라는 것은 지식, 입시, 취업만을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래서 인성교육에는 관심이 멀어지고 자녀 성적 향상에만 목적을 두기에 학교가 학원보다 못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막대한 비중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다 보니 당연하게 나오는 소리라고 본다.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유도 사교육비 부담 때문이라 하지 않는가?

오늘날 초 ․ 중등 학교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꿈이 욕심으로 변해 추하고 탐욕에 젖어 있다. '내가 얻으면 남은 잃는다'는 원리를 모르고 있다. 학부모는 학교 교육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교육부가 잘해 보려고 하는 개혁안들이 현실을 무시한 채 외국 제도를 검증도 없이 마구 받아들이는 바람에 우리의 여건과 정서에 맞지 않아 오히려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다.

셋째, 급작스런 정년 단축, 교사의 지위 변동, 기간제 교사의 등장, 외부 강사의 학교 출입 등 학교 현장이 너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교육을 보는 시각이 너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하여 교육 현장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혼란스러워 져서 적당주의 기회주의로 흐르고 있다.

넷째, 정보 통신 수단의 발달은 학생들의 가치관을 급속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은 아이들은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고 자기중심적인 인간, 외톨이가 되어 버렸다. 학생들은 컴퓨터와 휴대폰을 이용하여 채팅을 하고 문자를 보내며 클럽을 만들고 블록을 만들어 의사소통을 하며 그들만의 만남을 만들고 있다.

다섯째, 교육 재정이 열악한 관계로 학교가 사교육 기관보다 시설과 기자재가 뒤떨어져 있다. 그리고 교사들은 잡무에 시달리고 교수-학습에 대한 연구와 투자 시간이 부족하여 교사로서의 자질을 업그레이드할 여유가 별로 없다. 아이들은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에 학교 교육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인간 교육을 강화하는 학교가 자신을 간섭하고 구속하는 귀찮은 존재로 여기며, 학원은 오히려 자신들을 잘 이해하여 주는 고마운 곳으로 생각한다.

여섯째, 학교 교육을 하는 목적이 자신의 출세, 진학 중심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 교원평가를 시행하는 목적이 학부모가 소위 말하는 잘 가르치는 교사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착각하고 있다.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 인간을 가르치는 교사, 어떤 교사가 더 훌륭한 스승일까? 교육부가 교육을 보는 눈이 잘못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교육은 다양한 방법과 능력으로 교육을 이끌어 가야지 획일적인 제도와 틀로는 미래 교육을 바로 이끌어 갈 수 없다.

일곱째, 인간답지 못한 사람이 요행과 요령으로 앞서가지 못하도록 인성을 바로 잡아야 한다. 바르지 못한 사람이 앞서가면 어느 집단이나 신바람이 나지 않고 분위기가 다운되며 집단의 효율성과 능률성을 떨어지게 한다.

여덟째,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나 모든 경영자들이 도덕성, 책임성, 준법성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저질 문화를 보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우리는 어쩔 수 없으니 너희들은 잘하라고 하면 되는 건가? 아이들은 기성세대들의 경험 위에 한 수를 더하여 살아간다.

위에 제시한 제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학교 교육이 내실화를 기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너무 단순하게 보고 교원평가라는 카드를 들고 나와 공교육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유치원 교육, 초 ․ 중등 교육, 대학 교육을 충실하게 하여 국민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일은 교육부의 책무요 역할이다. 서두르지 말고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개선하여 나갔으면 한다.

초 ․ 중등학교 교원들은 어려운 사회 여건 속에서도 바른 교육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교원도 있지마는 그들을 교화하고 동참하게 하게 하는 일은 당국과 경영자의 책임이고 능력이다. 이를 여론으로 처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며 그렇게 하면 할수록 교육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폭력 교사, 무능한 교사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원들을 격하하려 하지 말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며 존경하고 우대하는 풍토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시대가 변하여 요즈음 학교에서 아이들 다루기가 매우 힘든다. 아이들 앞에 직접 서 보지도 않고 이러쿵저러쿵 말을 많이 하는데 말이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불언지교라 하지 않는가? 밤거리에서 일탈을 행하는 청소년들을 지도해본 경험이 있는가? 대부분의 어른들은 봉변이 두려워 못 본 척 지나가 버리는 세태가 아닌가. 잘못을 보고도 어른들이 이를 묵인해 버리면 아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아니 법을 어겨가며 아이들의 탈선을 유도하고 부추기는 어른들도 수두룩하니 말이다. 착한 사마리안 법을 도입하고 싶다.

교육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고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줄 때 아이들은 따라 행한다. 교육부, 교육감, 장학사, 교장이 바른 언행의 모범을 보여줄 때 교사가 바르게 행동하고 아이들은 바르게 자란다.

힘없는 교사들이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다. 이 나라 교육을 걱정하거든 아무 소리 말고 아이들과 더불어 며칠만이라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과 같이 생활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겠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지도 방법에 한계를 느끼며 교육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비담임 교사나 교감, 교장도 요즈음 아이들의 지도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3학년 담임이 아니고서는 진학 지도를 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노련한 교사의 연륜이 만들어낸 고귀한 내면적 가치는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비뚤어진 심성을 바로잡아 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에 감화를 받은 아이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게 된다.

학원과 학교, 강사와 교사는 비교할 대상도 아니고 비교해서도 안 되는데 이를 단순하게 비교하려는 논리가 교육부와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것 같다. 설립 목적과 교육 내용이 분명하게 다른데 이를 단순하게 비교하려 하는 논리는 우리 교육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검증되지도 않았으며 평가 방법과 항목도 제대로 만들지 않은 교원평가를 강행하는 교육부의 처사가 불안하고 답답하다. 시범학교 운영결과가 내년 8월에 나오겠지만 제발 적당하게 거짓된 보고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

시범학교에서 교원평가제가 실시되면 교원들은 거기에 따른 발 빠른 대응과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잘 보이기 위해, 인기를 얻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의 교원, 학생, 학부모의 인간관계를 멀어지게 하기나 않을까 두렵다.

경쟁의 관계, 불신의 관계, 경계의 관계로 변할 것은 뻔한 이치이고 학교 현장은 신바람이 나지 않고 눈치를 보며 늘 불안한 심리와 스트레스에 쌓이게 될 것 같다.

교원평가제가 꼭 필요하다면 시간을 두고 몇몇 학교를 운영해 보고 효과가 있다면 이를 권장할 일이다. 왜 억지로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강행을 서둘러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 더 많이 생긴다면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현행 교원 평정제도를 수정 보완 개선하여야 한다. 교장이 되기 위해 교사들이 동분서주 뛰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참다운 아이들 교육에 있을까?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있다니 기대를 하여 본다.

생존을 위한 개혁이 생존을 위협하는 개혁이 되지 않아야 한다. 개혁의 명분으로 학생과 교사를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았으면 한다. 그동안 수많은 개혁으로 아이들과 교사들은 너무 힘들어했으며 얻은 것 보다는 잃은 것이 많아 모두가 속상해 하였다. 당국은 그 책임을 통감하고 제발 본질에 바탕을 둔 참신한 개혁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공교육 부실의 책임은 학교 ․ 가정 ․ 사회가 함께 져야 한다. 그래서 리포터는 '가장 공정하고 아름다운 평가 기준', '신상필벌', '학제 감축'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먼저 어른들의 가치관을 바꾸자. 남이야 어떻게 되건 알바 아니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상에는 내 것이란 하나도 없다. 잠시 간직했다가 버리고 가는 인생이다. 선하고 착하게 태어난 아이들이 어른들의 바른 언행을 따라 배우도록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애라 모르겠다', '잘해 보라'는 식으로 교원들이 돌아서지 않도록 교육부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개혁은 오히려 세상을 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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