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23일)에 따른 성적표가 오늘(12월 16일) 각 학교별로 학생들에게 배부되었다. 난이도 조정 실패에 따른 시험의 성적표는 원점수가 표기되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 영역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으로 아이들의 입시를 지도해야 한다. 성적분석 결과, 소수의 아이들만이 생각했던 것보다 점수가 상향되었고, 대다수의 아이들은 점수가 소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어제(12월 15일) 저녁 도교육청으로부터 수령해 온 성적표를 들고 교실로 올라갔다. 교실 문을 열자 수시모집에 합격한 몇 명의 학생들만 제외하고 아이들 모두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의 시선은 내 손에 쥐어진 성적표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나는 성적표를 나누어주기 전에 성적표를 받고 실망할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러분 모두가 지금까지 고생한 결과물이 선생님 손에 있다. 설령 시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절대로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최선을 다해 나온 결과인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알았지?”
“예, 선생님.”
내 말에 아이들은 자신이 없는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 번호 순대로 아이들의 성적표를 나누어주며 격려의 말을 덧붙였다.
“고생했다. 실망하지 마.”
아이들은 나온 성적표를 받아들고 저마다 반응을 보였다.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온 아이들은 좋아하는 표정이 얼굴 위로 역력히 나타났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책상에 엎드려 울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휴대폰으로 부모님께 성적 결과를 알려주는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한 여학생이 있었다. 현재 이 아이는 서울의 ‘ㅅ'대학 지역균형선발 1단계에 합격하여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전교생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2단계 전형인 심층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고액 과외를 받은 이 아이는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자마자 자리에 앉아 흐느끼며 울기 시작하였다. 단지 1문제 때문에 그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그 안타까움은 더 하기만 했다. 친구들의 위안으로 간신히 마음이 안정된 그 아이의 얼굴은 금세 부어 있었다. 담임으로서 이 순간에 무슨 말로 위안을 해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편으로 좀더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 것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진정된 그 아이의 모습을 뒤로한 채 교실을 빠져나오는 귓전에는 나를 원망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제 아이들은 현재의 성적으로 자신이 갈 대학을 결정해야 한다. 자칫 아이들의 진학 지도를 잘못하여 대학을 중도 포기한다든지 나를 원망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