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예절 가운데 악수처럼 자주 사용하면서도 본래의 뜻을 잘 모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바로 목욕탕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그것도 알몸으로 반갑게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인사 예절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가 벗었는데 무엇이 부끄러운가? 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부끄러운 부분을 다 드러내놓고 손을 잡고 흔드는 악수인사는 안하는 것이 예절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르는 체 하는 것이 아니라 목례를 한다든지 아니면 서로 손을 들어서 반가움을 표하면 되지 않겠는가?
악수는 서양인사법으로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인사예절로 자리를 굳혔다. 악수인사는 본래 무기를 소지하는 서구의 개척자들이 서로 손을 맞잡으면서 무기가 없다는 뜻에서 유래된 인사법이라고 한다.
목욕탕에서 감출 것이 없는 알몸을 드러낸 상태에서 악수로 인사를 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도 반갑다며 손을 내미는 어른들을 만나면 악수를 안 할 수도 없고 어정쩡한 표정으로 목례와 함께 손을 잡지만 그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이런 현상은 학교교육에서 현장상황에 맞는 인사예절을 자세히 가르치지 않은 책임도 일부분 있다고 본다. 평상시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악수로 인사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옷을 벗은 목욕탕 같은 특정상황에서도 습관적으로 평상시처럼 인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교육수준이 높고 학생들을 가르치던 전 현직교원들도 알몸 악수인사를 청할 때는 어느 것이 맞는 예절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우리의 전통예절 입장에서 보면 나의 생각이 맞는 것 같고 서양식 개방인사법으로 보면 알몸 악수인사도 맞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목욕탕처럼 특수한 공간에서는 악수인사보다는 서로의 반가움을 표시하는 목례나 손을 들어 표하는 인사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 주는 인사예절이라는 생각이다.
학교에서도 효사랑 관을 운영하면서 우리의 전통예절을 가르치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예절을 자세히 지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우리고유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이런 기회에 우리의 전통예절은 물론 현대인이 사용하는 다양한 예절을 부모나 집안 어른들이 가르치는 교육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