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 정시모집을 끝으로 2006학년도 대학입시가 이제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현재(2006년 1월 21일 기준) 우리 학급의 경우 38명의 재학생 중 35명이 대학에 합격을 하였으며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3명 또한 이변이 없는 한 합격을 하리라 본다.
토요일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켰다. 헤드라인 뉴스들 중 하나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내용인즉 대학 등록금 인상으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감이 클 것이라는 기사였다. 올해도 여지없이 등록금 인상으로 부모의 허리가 휠 것을 생각하니 왠지 모를 씁쓸함이 감돌았다.
한편으로 대학에 합격한 우리 반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만에 하나라도 등록금을 준비하지 못해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포기한 아이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3년 내내 가정 형편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던 몇 명의 아이들이 떠올려졌다.
바로 그때였다.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의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우연의 일치일까? 휴대폰 액정 화면 위에 찍힌 번호는 조금 전 걱정했던 아이들 중의 한 명이었다. 방학을 하기 전에 대학 등록금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던 아이였기에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한번 하려던 요량이었다. 때를 맞추어 전화를 건 제자로부터 그 궁금증을 풀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하고 다짜고짜로 나는 우물에서 숭늉 찾는 사람처럼 물었다.
"그래, 등록금은 어떻게 해결했니?"
내 질문에 그 아이는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화제를 바꾸어 말을 했다. 왠지 제자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너도 올해에는 좋은 일 많이 생기기를 바라마." "우리 반 아이들로부터 연락은 자주 오나요?" "가끔, 그런데 너 요즘 무엇을 하며 지내니?" "예,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고 있어요." "그런데, 너 서울은 언제 가려고? 기숙사 들어간다며?" "네, 그런데…." "그래, 말을 해보렴." "등록금을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요." "그랬구나. 어머님의 고심이 크시겠구나." "어떻게 되겠지요. 아무튼 선생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해요. 건강하세요." "너도 용기 잃지 말고 잘 지내렴."
분명히 제자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 말이 쉽게 나오지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제자의 마지막 말은 모든 것을 체념한 것처럼 들렸다. 제자의 말에 의하면 대학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스키장에서 24시간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로 번 수입의 전액은 4백만 원 이상에 달하는 입학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였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보라고 권유를 해보았지만 자격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결국 제자는 고민 끝에 담임인 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 어떤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았다.
문득 작년 1학기말 수시 모집에 합격하여 좋아하던 그 제자의 모습이 떠올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에 합격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줄만 알았는데 이제 나의 제자들이 또 다른 시련으로 고통을 겪어야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아무튼 2월 초 각 대학이 지정한 기일 내에 등록을 하지 않으면 합격이 취소되는 것만큼 나의 제자들이 이 시기를 현명하게 잘 대처해 나가게 되기만을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리고 대학 측에서는 대학의 이윤을 챙기기 위해 등록금 인상에만 혈안하지 말고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뒤돌아보며 진정 배우고자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학, 학문의 전당인 '상아탑이 우골탑(牛骨塔)’으로 되는 전철을 두 번 다시 밟지 않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