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한해 8조원에 달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사교육비와 과열 입시지옥을 지적하면서 그 원인으로 "대학입시 하나로 인생의 성패가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걸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과열경쟁과 왜곡된 경쟁구조를 꼽았다. 이는 그나마 올바른 진단으로 근래 들어 소득 및 지역 간 교육격차가 빠르게 고착화ㆍ대물림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진단에 비해 그에 대한 처방 제시는 미흡하여 전반적으로 아쉽고 실망스런 수준이다. 특히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를 화두로 꺼낸 후 교육격차 해소 등 교육의 형평성 제고에만 지나치게 역점을 둠으로써 정작 학교교육 기능의 활성화와 공적으로 제공되는 교육서비스 영역의 확대를 통한 공교육의 내실화와 교육의 수월성 제고는 소홀히 하고 있다.
OECD 통계에서도 드러났듯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의 공교육 여건과 열악한 교육재정 확보 방안 등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가 빠진 미봉책에 불과하다.
교육정책은 다른 여타의 국가 정책에 비하여 장기적이고 영역 자체가 광범위한 규모이므로 진단과 처방을 위한 여론수렴 등 정책 결정 과정이 중시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지금의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정책의 입안 및 추진 과정에 책임이 있음이 분명하건만 정부는 모든 책임을 '공교육 의 부실'이라고 우긴다.
그래서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나 교육공무원, 대학교수, 경영인 등 외부 전문 인사들도 학교장이 될 수 있는 초빙공모교장제와 교원평가제도 강행하는 것이고 대안학교 활성화를 빌미로 교사자격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방과 후 학교’나 대학생 몇 명으로 저소득층 및 특수교육 대상 학생 등을 구제할 수 있다는 판단도 같은 맥락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정부의 ‘방과 후 학교’나 ‘대학생 멘토링제' 등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고열에 놀라 급한 대로 해열제를 일시 투여하는 효과는 잇을 지 몰라도 결코 공교육의 내실화와 사교육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의 실업교육을 지적하면서 형식과 외형만 새롭게 포장하면 학부모나 학생들이 실업계로 몰려올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 동안 실업계 고교가 ‘실업’이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낙인효과로 학생 및 학부모의 기피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적대로 대학입시 하나로 인생의 성패가 결정되는 사회 구조가 문제였던 것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체 실업고를 특성화 학교로 이름만 바꾸는 것은 또 다른 실업교육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대상 학생을 또 한번 우롱하는 것으로 철저한 분석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교원단체와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청취하지 않은 채 일부 교육 관료들의 편협한 판단에 의해 모든 교육정책이 행정중심으로 고착화되어가는 교육시스템을 그대로 두는 한 ‘교육력 제고’는 물론 합병증에 가까운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 또한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하여 교육의 주체인 교원의 증원 및 수석교사제 추진 등 교직의 사기진작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