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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춘설의 의미를 생각하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의 이 탄식이 봄을 생각하게 하는 대표시로 회자된다. 참으로 많은 시인들이 봄을 노래하였다. 봄은 같은 봄이되, 그 시인들이 노래한 봄은 얼굴 생김만큼이나 제각각 다르다. 계절적인 봄부터 광복, 자유, 평화, 새세상, 참세상까지.

과연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저절로 오는 것인가? 아니면 손톱 끝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첫눈이 오기만을 손꼽는 소녀처럼 숨죽이며 기다려야 오는 것인가? 또는 나가 싸워 얻어내듯 쟁취하는 것인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자연 현상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시인의 눈으로 볼 때, 겨울의 끝에 봄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신비하기 짝이 없다. 어둠 끝에 빛이 있고, 눈물 위에 웃음이 있고, 죽음 뒤에 생명이 있는 것처럼......

3월에 내리는 눈, 일명 춘설(春雪)... 분명 봄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눈은 누가 봐도 겨울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때 아닌 눈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아니 생각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나라)는 현재 겨울인가? 봄인가? 누구는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어느 사회나 진보세력이 있고 보수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진보진영은 하루라도 빨리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앞으로 나아가자고 하고, 보수진영은 그러한 변화를 거부하며 최대한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사회나 국가나 진보와 보수의 줄다리기로 시끄럽다. 그 싸움, 그 진통 한가운데 갑자기 이때 아닌 춘설이 더러 내린다.

진보적인 사람이든 보수적인 사람이든, 또는 중도적인 사람이든 3월에 내리는 눈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한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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