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안양의 B웨딩홀에 하객으로 참석하여 참으로 뜻깊은, 보기 어려운, 흐뭇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하객들이 오는 순서대로 차례대로 20-30명이 질서정연하게 접수대에 줄을 서 있고 신랑 부모님은 웃는 얼굴로 한 분 한 분 악수를 하면서 하객을 정성껏 맞이하고 신랑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신랑 아버님은 오랫만에 만난 지인에게는, 사모님을 처음 뵌 하객에게는 소속학교와 이름을 직접 소개하여 주시고….
"교육장님, 아드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축하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필자도 예식 20분전에 도착하여 줄을 서서 접수를 기다렸다. 10여분 뒤 접수를 하고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인사를 드렸다. 신랑 아버님은 반가이 맞이하여 주시면서 사모님과 오늘의 주인공인 아들에게도 직접 소개하여 주셨다. 참으로 영광이다.
하객들은 주로 교육계에서 정년 퇴직하셨거나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다. 전직 교육장, 장학관, 장학사, 교장, 교감 그리고 선생님들. 신랑 아버님은 교직에 40여년간 몸 담으신 분인데 몇 년 전 고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하신 분이다.
접수 광경이 하도 특이해서인지 웨딩홀 관계자가 필자에게 묻는다. "도대체 신랑 아버님이 무엇을 하는 분이냐?"고. 이런 광경은 처음 보았다는 것이다. '전직 교육장님이자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하신 분'이라고 말씀드리니 고개를 끄덕이며 "어째 예약할 때부터 말씀하시는 거라든가 행동이 보통 분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한다.
식장으로 들어가 예식을 보았다. 마침 주례가 평상시 존경하는 이미 퇴직하신 L 교육장님이시다. 신랑 아버님과는 친구 분이라 주례를 보게 되었노라고 주례사에서 말씀하신다. 주례사가 궁금하였다. 교직에 40여년간 몸담은 분은 왠지 특이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신랑과 신부에게 주는 말은 지극히 평범하였다. 첫째,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여라. 둘째, 최선을 다하여라. 셋째, 효도하여라. 넷째, 건강하여라. 평범 속에 진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행복과 축복 속에 예식이 끝났다. 30여분 동안 하객들의 잡담, 핸드폰 소리 들리지 않았다. 점심을 먹는 뷔페에 가니 여기서도 줄서기가 생활화 되었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른다. "질서는 편하고 아름다운 것"
식사를 마치고 웨딩홀의 담당자 두 여성 분(예약부장, 예약실장)을 잠시 만났다. 이 분야 20년과 10년 경력의 베테랑급이다. 그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정말 흔치 않은 일이예요.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줄서기를 하고 있어서 저희들도 놀랐어요. 도대체 여기에 오신 분들이 누구인가 궁금했습니다."
이 곳 담당자 말에 의하면 대부분의 하객들은 오자마자 두 세 줄로 후다닥 접수대에 축의금을 내밀고 예식은 보지도 않은 채 곧바로 식당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식장에서도 큰소리로 떠드는 분들이 간혹 있어 주례사의 얘기가 안 들릴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
"오늘 예식, 참으로 보기 좋았어요. 이렇게 수준 높은 하객들 처음 보았고요. 역시 선생님들은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