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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업고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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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2.08.17 10:28:00

실업고가 심각한 존립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실업고 위기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교육정책 잘못에 기인한다. 93년 정부가 신경제 5개년 계획으로 실업고 확대정책을 추진하였지만, 96년 교육개혁방안 발표 이후에는 이의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다보니 최종 수요자인 산업체의 인력요구는 간과한 채 중간 수요자인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인문교육 및 고등교육의 팽창을 촉진하는데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고학력 실업자 양산은 물론 기능 인력난을 심화시키는 등 결과적으로 불합리한 이원구조를 초래하게 하였다. 인문교육 편중 및 고등교육 팽창 정책의 와중에서 실업고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왔고, 드디어 오늘의 실업고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2000년 '실업계 고등학교 육성대책'을 발표하고, 2001년 11월, 실업고 학생들에 대한 대학입학 문호 확대, 투자확대와 같은 '실업교육 육성방안'을 내놓았으나 실업고 구성원들의 기대는 그렇게 밝지 않다. 사실 교육부 대책은 양질의 기능인력 양성 공급이라는 근본문제는 간과한 채 정원미달 등 교육부 수준에서 해결 가능한 현상적 문제 해결에만 집착하고 있을 뿐이다.

실업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업교육의 본질적 측면에서 정책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업교육정책은 교육적 관점과 함께 기술적, 경제적 관점이 조화되어야 한다. 오늘날처럼 직업구조와 고용환경 등 사회환경이 급격히 변할수록 실업교육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어야 한다.

실업고를 졸업해도 해당 분야에서 우대받는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과 실업고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자부심 속에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면 실업교육을 아무리 강조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실업고 위기에 대응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확대와 종합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실업고 활성화를 위한 범정부적인 노력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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