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3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여 두 달 후의 일이다. 아이들이 하교 후 교실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어 잘 알고 있는 아들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오늘 수환이가 친구와 다투다가 얼굴을 할퀴어서 상처가 났어요. 00의 어머니께 전화라도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일이....우리 수환이가 그런 아이가 아닌데......”
“선생님, 수환이의 학교생활은 선생님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른 점이 있을 거예요. 급식실에서 한 손에는 숟가락,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소리 지르면서 막 뛰어다니기도 해서 지도한 적도 있어요.”
“네? 우리 수환이가요?”
최근 “무릎 꿇은 선생님” 보도를 보고 문득 떠오른 것이 아들의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9년이 넘도록 아들의 바른 급식지도를 해주신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한교닷컴에도 여러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한교닷컴 e- 리포터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많은 교사들이 마음으로 기사를 썼으리라고 생각된다. 그 만큼 이 사건은 학교 현장 중심에 서 있고 급식지도를 했던 교사라면 이 일에 공감 가는 바가 없지 않을 것이다.
사실 급식지도는 모든 생활지도의 근본이 된다. 리포터는 도 지정 급식학교에 2년간 근무했던 적이 있다. 그 2년간은 교직경력 25년을 통하여 아이들 생활지도에 가장 신경을 썼던 해이기도 하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밥상머리교육을 강조하시며, 전교사가 아이들의 급식지도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늘 주장하셨고 전교사는 아이들의 급식지도에 신경을 썼다. 지금은 좋은 자료가 많지만 당시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어서 인터넷이 학교현장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니 가정 생활하면서 아이들 급식지도에 조금만 관계가 있는 정보나 자료가 있으면 학교에 가지고 와서 적용하곤 하였다.
급식지도를 하다보면 아이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면면이 볼 수 있다. 급식 전에 손을 씻는 것, 급식 순서가 되어 복도에 줄서기 위하여 나갈 때 책상 정리를 마무리하는 것, 줄을 서서 급식실로 가는 것, 숟가락, 젓가락을 수저통에서 빼서 드는 것, 배식을 받는 모습, 식탁에 가서 앉는 것, 음식을 먹는 것, 잔반 처리 하는 것, 식판과 수저를 지정된 자리에 놓는 것, 식 후 음료수대에서 물을 먹는 것, 먹은 컵을 지정된 자리에 놓는 것, 교실까지 질서를 지켜 오는 것, 양치할 준비를 하고 수돗가로 갈 때 칫솔을 흔들지 않고 가는 것, 물을 깨끗이 털고 교실로 들어오는 것, 사물함에 물기가 없는 상태로 양치도구를 정리하는 것 등..... 학교 생활지도에서 이처럼 완벽한 것이 있을까?
리포터는 지금도 그 때 생활지도 습관이 아직도 몸에 배어 있다. 이 중에 한 가지라도 교사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급식 생활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비록 도 지정 급식학교에서만이 지켜야 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학부모들의 거르지 않고 쏘는 화살을 한 몸에 받은 이 교사는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올바른 급식지도를 하려고 하였다. 급식지도의 대상이 된 아동은 한 번 정도 어쩌다가 늦게 먹은 아이가 아닐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교사는 열악한 교육현실에서 무거운 책임을 진 한 초등학교 여교사와 함께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눈물을 흘려야 한다. 우리 모든 교사들의 연약한 무릎을 인하여 아이들이 좀 더 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만 있다면, 눈물을 흘려 안타까운 교육의 현실이 제자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자. 그러면 손잡아 무릎을 일으켜 세워주고 교사의 눈물을 닦아주는 학부모들이 하나하나 늘어날 것이고 이 땅의 교육은 바로 세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