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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권 실추 사태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작금의 교권 실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곳엔 이 전 총리가 있다.

이 전 총리는 교육부장관 시절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정년 단축을 실시했다. 정년 단축을 실시한 가장 주된 이유는 경제논리였다. 즉, 나이든 교사 한 명을 내보낼 경우 그 돈으로 젊은 교사 세 명을 쓸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정책으로 3년씩이나 무리하게 정년을 줄여서 그만 둔 사람이 2만 명, 명예퇴직에 의해서 나간 사람이 3만 명, 총 5만 명이 일시에 정든 교단을 떠났었다.

교원 정년을 이렇게 무리하게 단축하다 보니까 교사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은 그 부작용이 그대로 학교 현장에 반영되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작금 극소수의 자질이 부족한 교사들이 우리 교육계의 물을 흐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극히 일부의 일이지만 교사들 중에는 각종 성적조작과 촌지수수 같은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러 교육계를 도매금으로 불신 받게 만들고 있다.

우리 교육계가 사회로부터 얼마나 불신을 받고 있는지를 알려면 영화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심지어 ‘투사부일체’라든가 ‘공공의 적’에선 우리 교육계가 마치 거대한 범죄집단으로 묘사되고 있고 교사들은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파렴치한으로 설정되어 있다. 영화에선 평교사가 교장선생님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기는 장면도 나온다. 이것은 나이든 교사는 바로 무능의 대명사라고 선전한 이 전 정부의 영향이 아주 크다.

"도대체 젊다는 것은 무엇이며 늙었다는 것은 무엇인가. 젊은 것은 다 유능한 것이고 늙은 것은 다 무능한 것인가. 젊은 것 속에도 무능이 있고 늙은 것 속에도 유능이 있는 것이 아닌가."

당시, 명퇴원을 내고 정든 교단을 쫓기듯 떠나시며 하신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정년 단축 후유증으로 학교 현장에선 나이 많은 선생님들을 무능한 교사로 보는 편견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런 현상 하나하나가 거미줄처럼 얽혀 작금의 교권 실추와 연결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교육이란 것이 단김에 쇠뿔을 뽑듯 그렇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예부터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했겠는가. 따라서 교육을 정치 논리나 시장경제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있다. 왜냐하면 교육적 성과라는 것은, 10년 20년 아니 이보다 더 장구한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전 총리는 교육을 경제 논리로 성급하게 접근함으로써 마치 교사들을 개혁의 대상인 냥 몰아부쳤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려 일반인들도 교사를 우습게보고 교사 집단을 촌지나 받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러니 아이들이 교사들을 어떻게 존경할 수 있겠는가. 이제 아이들에게 존경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된 것이다. ‘아마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성적을 조작하고 촌지를 받을 거야’ 이런 미심쩍은 생각이 아이들 머릿속에 있는 한 우리 교사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꼴이다.

또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을 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들로 하여금 마치 공부를 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공교육 붕괴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침체된 교직 사회를 일신한다는 명목으로 교사 상호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성과급제도를 도입하여 교직 사회에 위화감을 조성한 것도 이 전 총리시절의 일이다. 그러니 아이들 사이에선 누가 1등급 교사이고 누가 2등급 교사인지 설왕설래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떻게 교권이 실추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교육 당국자들에게 정말 묻고 싶다. 도대체 어떤 선생님이 1등급 교사이고 어떤 선생님이 3등급 교사인가. 교사에 대한 판단은 학생들이 해야 한다. 실력이 월등하다고 해서 반드시 뛰어난 교사일 수는 없다. 또한 실력이 좀 부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무능한 교사라고도 볼 수 없다. 유능한 교사와 무능한 교사의 판단 기준은 오로지 학생들에게 어떤 인격적 감화를 주었는가. 학생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뒤늦게 정부에선 교권 실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부랴부랴 대책을 서두르는 눈치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그래도 속말에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으니 지금이라도 교권 회복을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물론 우리 교사들도 제발 욕먹을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교사가 어떻게 원조 교제를 하고 성폭행을 하고 도박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하늘을 우러러 결코 용납될 일이 아니다. 우선 우리가 바로 서야 떳떳이 할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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