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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소규모학교 통폐합, 명백한 불평등 정책

교육부는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과 적정규모학교 육성 계획’을 통하여 학생 수 60명 이하인 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까지 우선 통폐합되는 대상 학교는 초등학교 529곳, 중학교 123곳, 고등학교 24곳 등 전국 676개다. 현재 학생 수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 수는 모두 1,695개 교로 이는 농산어촌 전체 학교의 33%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1967년 1월 16일, 도서·벽지교육의 진흥을 위하여 ‘도서벽지 교육진흥법’이 제정된 이래 시골 소규모 학교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본교 폐지 및 통합운영 시 10억 원, 분교폐지 3억 원, 분교장화 2천만 원씩의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지원키로 하고, 통폐합 실적을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해 재정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관계 법규상, 학교설치와 폐지 권한은 시도교육감에게 있으니 예산으로 목을 조이면 안 되는 일 없다는 계산인 듯하다. 경제관료 출신 교육부총리다운 계산법이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서두르는 교육부는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진행될 수 없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며, 교육 재정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역대 정권들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 할 때마다 제시하는 허울 좋은 명분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어 당장의 통폐합 기준 내에 들어있다고 지역 여건을 무시한 채 획일적 기준에 따라 무조건 통폐합하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도 교육문제로 주민들이 농어촌을 떠나는 현실에서 유일한 마을의 문화·교육기반인 학교를 없애면 이농현상을 부채질하여 농어촌의 황폐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통폐합된 경우 오히려 지역 학생들의 교육 소외가 보편화되고 있고 타 지역으로 역유학을 떠나는 기현상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무분별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시골의 문화전당인 학교를 주민들로부터 박탈함으로서 시골의 교육 문화시설을 말살하는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단지 출생지가 시골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문화적 소외는 두말할 것도 없고 자녀들까지 장거리 통학을 시켜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교육평등 위배다. 결과적으로 도서·벽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서 누구나 갖고 있는 '자유롭게 교육받을 권리'조차 박탈하는 처사인 것이다.

학교는 교육부가 관장하는 교육기관이면서도, 동시에 지역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학생들의 배움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골의 피폐화를 막는 유일한 문화적 공간인 것이다. 경제 관료 출신의 교육부총리의 시야처럼 교육을 경제적 논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百年之大計’인 교육은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한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젊은 층을 농어촌지역으로 유인하고 떠나려는 농촌인구를 부여잡는 데도 명백한 한계가 있으므로 이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통폐합의 악순환만 계속될 뿐 결코 성공할 정책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정부에서는 입시제도의 개혁과 더불어 소규모 학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정책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소규모 학교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시·군에서도 관변단체를 지원하기 보다는 해당지역의 학교들을 지원하는 정책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작은 학교를 없앨 것이 아니라 각종 지원을 통해 학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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