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오후의 햇살속에 고요하기만 하다. 간간히 들리는 종일반 아이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 속으로 잠시 몸을 뉘어보며 은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은서는 안산에서 전학온 아이다. 새카만 눈썹사이로 어딘지 모르게 낯설어 하며 무언가의 불안함이 조금 묻어나온다. 하루가 지난 후 은서를 돌보신다는 고모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조만간 찾아 뵙고 말씀드리겠다는.. 소문은 금방 돈다.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는 이야기는 고모님을 통해 듣지 않아도 내 귀에 전달된다.
음.. 그랬었구나. 초롱한 눈망울 사이로 어딘지 모르게 안쓰럽게 비춰지던 이유가.. 아이들은 엄마의 빈 자리를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낸다. 하나하나 옷 솔기 한땀 한 땀 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 본다. 나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사실이 전혀 문제 될 거 없다는 듯이. 간간이..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족형태가 있다는 사실을 흘리고는 한다. 여느때보다도 더 커지고 귀를 기울이는 은서에게는 눈길을 피한채로..
주말을 보내고 주말지낸 이야기 발표를 하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너무나 당연스럽게 씩씩하게 나와서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침을 재켜가며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 보따리 속에는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았다는 이야기. 또는 오래간만에 바닷가 구경을 다녀왔다던가. 인근 도시에 있는 마트에 가서 장난감을 사서 좋았다는 이야기들을 뱉어낸다.
은서는 엄마랑 아빠랑 오빠랑 놀았어요. 음..그래 즐거웠겠구나. 은서는 보이지 않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듯 하다. 준비물을 채 가져오지 못한 경우에도 아빠가.. 아니 엄마가 잊어먹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우리 은서.
분명 아이는 잘못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온 몸으로 그 불행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다. 안쓰럽다. 다른 아이보다 더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눈길을 더 주면 지금 이 친구의 가슴에 있는 상처가 조금은 가셔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