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학생복지부 업무를 맡고 있다보니 ‘생명존중교육’에 대한 공문을 가끔 받아보게 된다. 여름 방학 직전 업무연락으로 추후 장학지도에 대비하여 ‘생명존중교육’에 철저한 계획과 계획에 따른 실천을 지시받은 바도 있다. ‘생명존중교육’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공문을 받을 때마다 다시 한 번 계획을 점검해 보고 담당자로서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본 한 TV프로그램에서 생명존중 사각지대를 다룬 것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 곳은 다름 아닌 생명이 가장 존중되어야 하는 병원이었는데 보도된 병원들로 인하여 불철주야 생영을 지키기 위하여 애쓰는 많은 병원들이 함께 국민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치과에서 맨발이나 위생장갑을 끼지 않고 환자진료에 임하고 치아 교정 시 사용하는 보철을 다른 사람에게 재사용 하는 의사나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기구를 사용하는 치위생사들의 모습이 보여 졌고 2차 감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인터뷰하는 모습이 있었다.
또 천차만별의 내시경 소독하는 모습이 보여 졌다. 얼마 전 남편이 내시경을 했기에 더욱 관심 있게 보았다. 세척-소독-헹굼-건조-보관으로 이루어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제정한 내시경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은 채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하였다. 내시경을 휴지나 수건으로 닦고 쓰레기통에 걸쳐 놓았던 장갑으로 기구를 만지는 등 불결하기 짝이 없는 소독의 과정을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돌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어 성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소독법은 제각각인 모습이 비쳐졌다. 감염관리실의 설치가 의무적인 3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에 비해 중소 병의원은 전혀 관리나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 기자의 말을 듣고 국민들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거룩한 책임감 보다는 ‘의무적이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한다’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들의 가지는 태도인가?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일은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복지부는 각 시군구청으로 책임을 떠넘긴다니 이 어찌된 일인지...
의사들과 간호사들도 모두 가족과 친척, 지인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런 일이 공공연히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은 병원의 직원들이나 그 가족들은 아침 일찍 1번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과연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양심이 이 정도인가?
초, 중, 고 홈페이지에 ‘생명존중교육’에 대한 내용이 메인 화면에 떠 있는 경우가 많다. 홈페이지에만 올리고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제 우리 교육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할 때다. 교사들과 관리자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사회의 한 단면은 교육자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1997년 12월 생명윤리연구소가 출범을 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생명을 그토록 중시하였던 장기려 선생의 아호를 빌려와 '성산 생명의료윤리연구소'라는 명칭을 정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려 박사에 관한 글을 소개하고자 하니 혹시 의사들이 이 글을 본다면 ‘바보 의사 이야기’ 중의 일부인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에 관한 글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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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잇속이 밝지 않아 셈을 잘 할 줄 모르고, 바보 같을 정도로 마음이 착한 장 박사에게"시골 우리 집은 논도 밭도 없고 소 한 마리도 없는 소작농이어서 입원비나 치료비를 납부할 능력이 없습니다."라고 환자들이 하소연하면, 장 박사는 그들의 딱한 사정을 생각하고는 눈물겨워하였다. 병원비 대신에 병원에서 잡일을 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는 없겠느냐는 환자들의 제안에 장 박사는 환자의 치료비 전액을 자신의 월급으로 대신 처리하곤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