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이스인들은 질병을 우리 몸이 무질서상태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무너진 육체의 정신은 음악을 통하여 질서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러기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나 보다.
오늘 무질서 가운데 음악을 통하여 소박한 질서를 경험하였기에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동안 전철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는데 요즘 연수를 받느라고 전철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지하철 대합실을 이용하다보니 느끼는 바가 참으로 많다. 우리 사회의 일면을 축소해 놓았다고나 할까?
지하철 대합실 코너에서는 속옷, 양말을 비롯한 각종 의류, 귀걸이, 팔찌, 핸드폰 줄 등의 장식용구류, 샌들, 구두 등 신발이나 가방류를 진열해 놓고 큰 소리로 부르고 있는 사람들과 그 주변에서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에스컬레이터 주변에는 각종 채소류나 콩류를 팔고 계신 나이 드신 분들이나 아주머니들, 또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을 피하여 박스를 세워놓고 주무시고 계시는 노숙자 아저씨들을 볼 수 있고 환승 등으로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에는 어김없이 코를 자극하는 각종 빵이나 과자, 오징어 등을 구워 팔고 떡이 그 화려한 색깔을 드러내며 진열되어 있다.
그 뿐인가? 요즈음은 특히 방학을 맞이하여 대합실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오고가는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붐비고 있다.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들, 민망할 정도의 노출을 하고 다니는 숙녀들, 지방에서 올라오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무거운 짐 보따리를 들고 타는 곳을 찾기 위하여 기웃거리는 모습들, 중년에 등산을 가기 위하여 함께 모인 동창들이 큰 소리로 이야기 하는 모습들, 가족들에게 큰소리로 알아듣지 못할 말로 전화하는 외국인들의 모습들.,..
그런데 그 시간 어디선가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가요도 아니고 클래식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의 소리며 생활에서 늘 들어 왔던 것처럼 익숙한 음악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뿐이 아니었다. 하나, 둘....바삐 움직이던 발걸음들이 방향을 바꾸어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나는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연주하고 있는 다섯 사람 중에서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이었다. 나중에 소개하는 것을 들어 보니 에콰도르인 이었다.
연주자들은 전통적인 악기를 사용하여 남미 특유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었다. 연주도중 1인 2악기를 예사로 다루며 물결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등의 소리를 내면서 흔들고 불고 켜고 치는 모습과 자연스런 몸동작과 5음계를 사용하여 '한'과 '애수'의 정서가 깊이 담겨있는 듯하여 우리의 정서와 조화를 이룬 음악이 모인 모든 사람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연주도중 술에 취한 사람이 연주자들 앞에 서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연주자들은 계속해서 연주하였고 모인 사람들은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결국 어떤 청중의 손에 이끌려 나갔으나 그의 고함 소리는 연주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모든 것을 여유로운 웃음으로 넘기며 아름다운 음악을 끝까지 들려준 연주자들의 모습은 무질서 가운데 신선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질서와 무질서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지하철 대합실에서 더운 날씨로 인하여 흘린 땀을 말끔히 씻어 주었던 오늘. 남미의 지붕인 안데스 산맥처럼 ‘로스 안데스’ 음악그룹이 들려주었던 음악이 한 여름 내내 시원한 지붕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