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치매환자에 대하여 심도 있게 다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그 사례가 많은 만큼 각국의 치매환자 현황도 매우 광범위하게 다루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 후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치매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요즈음 ‘치매’라고 불리는 것은 ‘노망’의 증세와 비슷한 것으로 이전부터 주변에서 자주 들어왔던 말이다. 당시는 특별한 치료법이 발달되지 않아 노년이 되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병으로 각 가정마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은 점차 수용적이지 못한 주거환경이나 개인주의 및 핵가족주의의 영향으로 생기는 병으로 받아드리려는 태도로 변화되고 있다.
치매 증세가 있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가정에서 온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러 보아왔다. 지능이 어느 날 갑자기 현저히 저하되어 정서장애 및 성격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가족들이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는 것이다. 치매 증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면 온 가족이 역할을 나누어 간호에 매달리게 된다.
오늘 친척 중에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분을 위문하려 들렀다가 우연히 병원 벽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이 있어 ‘병원에 웬 그림일까?’의아하게 여기며 가까이 가서 보게 되었다. 그림 위에 어떤 제목도 붙어 있지 않아 잘 알지 못하였는데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어느 병원 관계자가 치매환자들의 그림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정말 귀한 그림이라고 생각되어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나뭇잎을 붙여서 의미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 각종 색이 골고루 들어있는 도시락의 모습, 정성껏 크기를 같게 하여 그린 꽃잎, 직사각형이나 삼각형의 모습을 이어 만든 오각형이나 육각형 도형에 색을 다양하게 칠한 그림 등이었다. 지도하신 분을 알 수는 없지만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지도한 흔적이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현대의학으로 고치기 어려운 병에 걸릴 수 있고 또 가족이나 친척 중에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 바로 ‘치매’가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오늘 병원에서 보았던 그림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치매로 어려움을 당하고 계시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지만 마음속에는 어릴 적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다. 작품을 꾸미거나 그리면서 뒷동산에 올라가 나뭇잎을 밟으며 놀았던 일, 친구와 소풍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던 일, 예쁜 신부로 시집올 때 색색으로 꾸며진 육각형의 바느질함을 가지고 왔던 시절을 생각하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