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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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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정말 좋은 선생님들입니다

오후 네 시쯤 3학년 교실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제법 많은 학생들이 골마루에 나와 공부를 합니다. 그 정도로 시원합니다. 교실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3학년실에는 두 분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교실에도 선생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교무실에는 3학년 부장선생님을 위시해 여섯 분의 3학년 선생님이 계십니다. 두 선생님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한 분은 제2교무실에 계실 겁니다. 또 한 분은 영어과 1정 연수를 받고 계십니다. 그러고 보면 3학년 전 담임선생님께서 학교에 남아 학생들과 함께 함을 보게 됩니다.

지금 영어과 1정 연수 중인 강 선생님은 앞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만 매일 아침 7시에 학교에 출근하여 학생들 지도에 임합니다. 연수를 마치고 나면 다시 학교에 와서 밤 10시까지 야자지도에 임합니다. 이분은 목표가 뚜렷한 분입니다. 초점이 흐리지 않습니다. 초점이 분명합니다. 과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분산될 법한데 그러지 않습니다. 오직 3학년 학생들 관리하는 일, 학생들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분명한 분입니다. 학생들 지도를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이 일 하다가 금방 또 딴 일을 하는 분이 아닙니다. 전략도 목표도 일정합니다. 산만하거나 망설이지 않습니다. 유행 따라 살지도 않습니다. 바람 따라 살지도 않습니다. 오직 펄럭이는 깃발을 향하여 달리고 있습니다.

3학년 교실에는 수능에 대한 비장한 각오가 묻어나옵니다. 어떤 교실에는 ‘다음은 없다’. ‘수능 13주 열심히 공부하자’ ‘수능 대박’...학생들은 오직 다음은 없다는 각오로 열심히 공부합니다. 마음이 분산되지 않습니다. 초점이 흐리지 않습니다. 초점이 분명합니다. 과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바람 따라 움직이는 학생들도 눈에 보입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공부하기 좋은 데 잠을 자고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공부에 초점을 두지 않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마음을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또 어떤 학생들은 몸부림이 나옵니다. 할 수 없이 남이 앉아 있으니 마지못해 앉아 있는 학생들도 눈에 보입니다.

다시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해야 합니다. 이 귀한 시간에 마음을 분산시켜서는 안 됩니다. 귀에 이어폰 꽂고 공부하는 건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맙니다. 잠을 자서도 안 됩니다. 점심시간 조금 자는 건 몰라도 오후 네 시에 잔다는 건 분명 시간 낭비입니다. 4당5락의 정신으로 다심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우리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목표를 향하여 달려갈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합니다. 초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깨우쳐야 합니다. 과녁을 벗어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 숨 쉬는 소리까지 학생들이 알아듣도록 가까이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친밀감을 보여야 합니다. 친숙함을 보여야 합니다. 성의를 보여야 합니다.

어느 누구보다 3학년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입니다. 부모보다, 친구보다, 그 어느 누구보다 담임선생님의 따뜻한 말, 행동이 그리울 때입니다. 귀찮더라고 교실에 한번 더 들어가십시오. 귀찮더라도 학생들 한번 더 쳐다봐 주십시오. 귀찮더라고 학생들 한번 더 웃어주십시오.
열심히 잘 하고 있든 그렇지 못하든 상관하지 말고 따뜻한 격려, 칭찬, 보살핌, 사랑을 보내야 합니다. 선생님이 늘 곁에 계신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열성에 학생들이 감동될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새 힘을 얻습니다. 변화됩니다. 감동됩니다. 열심히 혼신의 힘을 쏟습니다.

결실은 뿌린 대로 거둡니다. 땀 흘린 만큼 거둡니다. 정성 들인 만큼 거둡니다. 마지막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 3학년 선생님들 정말로 존경합니다. 서로 말은 하지 않고 말할 기회도 없지만 서로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하리라 봅니다. 선생님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행동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걸음걸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좋은 선생님들입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선생님들입니다. 전 말솜씨가 없고 표현솜씨가 없어 선생님들에게 의사전달을 하지 못해도 나타나는 것 몇 배 이상입니다.

아직도 학생들이 집에 갈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네요. 조금만 더 참으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집에서 푹 쉬십시오. 가족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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