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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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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사용해야 할 것과 사랑해야 할 것

선생님, 오늘은 모든 선생님이 함께 쉴 수 있는 사흘째입니다.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까? 저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조금 전 울산에 도착해 이렇게 몇 자 글을 올려 봅니다.

어제고 오늘이고 서울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볼 곳을 갔는데 정말 편리했습니다. 돈도 절약되었습니다. 연결이 되지 않은 곳이 없으니 서울만 가면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우리 울산도 지하철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자가용이 필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교통체증도 해소되고 에너지도 절약되고 여러 면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5부제니 10부제니 하면서 제약을 두려는 임시방편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합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하루 빨리 지하철이든 전철이든 계획이 수립되어 지하철 시대가 왔으면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오늘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집에까지 약 5시간 소요가 되네요. 버스 안에서 자연만 바라보며 잠만 자며 내려오기가 아까워 책을 좀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사용해야 할 것과 사랑해야 할 것’에 대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걸 이렇게 적어 봅니다.

내려오면서 읽은 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사용해야 할 것과 사랑해야 할 것을 알았다. 흔히 사람들은 사용해야 할 것은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것은 사용한다.”라는 구절이 가슴에 와 닿더군요. 그리고는 저 자신은 과연 사용해야 할 것과 사랑해야 할 것을 혼동하지 않았는지? 사용해야 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것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랑해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사람을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선생님을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학생들을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학교를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교육을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자연을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산을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나무를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바다를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사랑해야 할 것들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과연 얼마나 사랑했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사용할 것이 무엇입니까? 물질(돈)을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머리를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손과 발을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눈과 귀를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책을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도서관을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실험실을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학용품을 사용해야 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러한 것들을 과연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했는지, 얼마나 잘 이용했는지 되돌아보았습니다.

또 사랑해야 할 것과 사용해야 할 것을 혼동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랑해야 할 것을 사용하고 사용해야 할 것을 사랑하지 않았는지? 사랑해야 할 것을 사용하고 사용해야 할 것을 사랑하면 얼마나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심각하더군요.

선생님, 사랑해야 할 것 사랑하고 사용해야 할 것 사용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랑해야 할 것과 사용해야 할 것을 반대로 한 적이 없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을 사랑해야 하는데 학생들을 이용하지 않았는지요? 학생을 내세우면서 사실은 자기가 편하려고 유익이 되려고 한 적은 없습니까? 교육을 내세우면서 교육을 이용하지 않았습니까? 바른 교육을 내세우면서 자기는 바른 교육에 모범을 보이지 않은 적은 혹 있지 않으십니까? 선생님을 위한다면서 선생님을 이용하지 않았는지?

사용해야 할 것을 혹시 사랑한 적은 없습니까? 저는 아주 작은 예지만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볼펜 중 좀 좋은 것이 있으면 그것 사용하지 않고 아끼다가 결국 한 번도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버린 적이 참 많습니다.

요즘 선생님들은 학교 예산이 바로 사용되는지 관심이 많습니다. 만약 예산(돈)을 잘 사용하지 않고 예산(돈)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게 바로 부작용을 불러옵니다. 탐욕이 자신을 망칩니다. 사용해야 할 것을 사랑하므로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용해야 할 것, 사용해야 할 것, 쓸 것은 사랑하지 말고 과감하게 이용하고 사용하고 쓰고 합시다. 머리를 씁시다. 손과 발을 씁시다. 팔과 다리를 씁시다. 그래야 발전이 있습니다. 변화가 있습니다. 새롭게 됩니다.

사랑해야 할 것 사용하지 맙시다. 이용하지 맙시다. 쓰지 맙시다. 오늘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사랑해야 할 산을 이용한 분들이 눈에 띄어 안타까움을 보게 됩니다. 푸른 나무들이 우거진 산 중턱에 대형의 간판을 붙여 놓고 회사 선전을 하는 건 분명 사랑해야 할 대상을 자기의 유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 아닙니까?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위한답시고 선생님을 위한답시고 교육을 위한답시고 학생들을 이용하지 맙시다. 선생님을 이용하지 맙시다. 교육을 이용하지 맙시다. 눈에 보입니다. 그건 결국 자신을 속이는 것이 됩니다.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사용해야 할 것 사랑하지 맙시다. 각종 특별실은 사용하고 이용해야 할 대상이지 보관하고 아끼고 관리하고 전시하고 홍보하는 사랑의 대상이 아닙니다. 화학실, 지구과학실, 물리실, 생물실, 컴퓨터실, 음악실, 미술실, 어학실, 도서관 등 각종 특별실을 잘 활용하지 않고 이용하지 않고 그냥 관리만 하고 보관만 하고 홍보만 하고 자랑만 한다면 그건 사용해야 할 것을 사랑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은 사랑해야 할 것과 사용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죠. 혼동하지 말아야죠. 반대로 하지 말아야죠. 사랑해야 할 것 사랑해야죠. 사용해야 할 것 사용해야죠. 사용해야 할 것 사랑하지 말아야죠. 사랑해야 할 것 사용하지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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