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여름방학을 떠올리게 되면 많은 추억으로 남아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는 지금처럼 체험학습이나 현장학습의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집 밖에만 나가면 그동안 학교에서 공부했던 것을 살펴볼 많은 것들이 주변에 있었다. 또 집집마다 형제가 둘 이상은 있어 동네의 아이들이 모이게 되면 함께 할 놀이나 이야기 거리가 많아 매우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들의 방학생활 모습은 예전과 다른 점이 많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가정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개학날 더 단단해진 몸과 검게 탄 얼굴을 많이 볼 수 없는 것이다. 긴 방학을 끝나고 와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개학날이라고 하지만 방학 전 생활에서 연장이 되고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여름방학의 끝 지점에서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이러 저런 생각을 해오던 중 오늘 37일간의 긴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하였다. 아침 일찍 출근을 했는데도 벌써 몇 어린이들이 교실에 있었다. 밝은 얼굴로 인사를 끝내니 저마다 방학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바람에 교실을 둘러볼 틈도 없다.
어제 붓글씨를 배우러 갔다가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 받은 글을 달력위에 걸었다. ‘新心開學’ 즉 ‘새로운 마음으로 개학을 맞이하자’라는 뜻이다. 걸자마자 그동안 배웠던 짧은 한문 실력으로 애써 읽느라고 야단들이다. 한자를 많이 아는 편인 지헌이가 결국 읽어 내었다. 지헌이를 칭찬하며 모두 함께 읽었다. 뜻을 이야기해주자 모두 고개를 끄덕거린다.
무더웠던 여름. 아이들에게 어떤 추억이 있었을까? 아직 일기를 읽어보지 못했으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저마다의 추억을 간직하였으리라. 비록 학원을 다니고 함께 놀 아이들이 없어 집에서 지냈거나 맞벌이로 직장에 다니시는 바쁘신 부모님으로 인해 피서를 가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10살 여름을 체험하며 마음속 작은 공간을 만들어 놓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