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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제발 선생님 기를 죽이지 마세요

오늘은 검은 구름이 맑은 하늘을 가립니다. 높은 하늘을 보지 못하게 막습니다. 하지만 검은 구름 위의 맑은 하늘은 그대로 있습니다. 검은 구름 위의 높은 하늘도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기에 검은 구름이 그렇게 밉지 않습니다. 곧 사라질 테니까요. 그들의 장애는 잠시입니다. 그들이 몸을 무겁게 하고 머리를 무겁게 하고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잠시입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검은 구름 너머 높고 푸른 하늘을 느끼며 새 힘을 얻고 용기를 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아침도 7시가 되기 전에 두 젊은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어제 저녁 야자시간에는 여러 선생님께서 2차 수시모집을 앞두고 상담하는데 골몰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3학년 담임선생님들은 정말 바쁩니다. 교재연구하기에 바쁩니다. 수업하기에 바쁩니다. 정리해 주기에 바쁩니다. 상담하기에 바쁩니다. 청소지도하기에 바쁩니다. 야자감독을 하기에 바쁩니다. 정말 바쁜 철을 만났습니다.

어제 저녁에 보니 연세 많으신 선생님 한 분 옆에는 상담하기 위해 6-7명의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제자들의 제자들을 위해 애쓰시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자식 못지않게 희망하는 대학, 학과를 성적에 맞게 능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오늘 아침 한 여선생님께 물었습니다. 피곤하지 않느냐고요. 어제 저녁 11시에 집에 갔는데 조금 힘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3학년 담임선생님들은 힘들게 바쁘게 시간을 바치고 몸을 바치고 정열을 바치고 하는데 학부형들은 뒤로 돌아서서 불평하고 기를 죽이고 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주에 학부형을 만나 학교에 대한 불평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1차 수시모집 때 지원을 하고 나서 떨어진 학부형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학교는 내신 성적을 짜게 주어 좋은 대학, 희망하는 학과에 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웃 사립학교는 다 점수를 잘 주어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들어가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이웃학교는 상을 많이 주어 대학에 들어가도록 유리하게 해 주는데 우리는 그러하지 않다고 합니다. 또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상담할 때 듣기 싫은 말을 해 학생들에게 기를 죽인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열이 났습니다. 3학년 부장선생님께서 일일이 말씀하시고 나서 저도 거들었습니다. 학교가 어디 애들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보내기 위해 성적을 조작이라도 해야 합니까? 다들 과목마다 ‘수’를 받게 하고 상을 모든 학생들이 다 받게 해서 좋은 대학, 좋은 학과를 보내야 좋은 학교입니까? 그래서 열이 나고 화가 난 것입니다.

왜 학부형들은 자기애가 원하는 대학, 과에 합격하지 못하면 ‘자기애가 공부를 못해서 그런가 보다, 자기애보다 더 잘하는 학생이 들어갔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학교 핑계 댑니다. 학교에서 성적을 짜게 줘서 그러니, 학교에서 상을 주지 않아 그러니 하면서 돌아서서 불평합니다. 원망합니다.

학교 성적은 공정해야 합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하고 못하는 학생은 그대로 성적이 나와야 합니다. 자기애가 어느 과목이 잘못 나왔다고 그 교과 선생님을 탓해서는 안 됩니다. 왜 다른 학생들은 좋은 평어를 받는데 자기는 못 받습니까? 그 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았든지 소홀히 했든지 실수를 했든지 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또 학교에서 상 주는 게 대학 가는데 유리하도록 남발해야 합니까? 다 줘야 합니까? 어디 어머니들이 학교 다닐 때 개근상, 우등상, 선행상 말고 어디 상이 있었습니까? 그래도 지금은 어떻습니까? 과목별 우수상을 주지 않습니까? 선행상, 모범상, 공로상 등등 얼마나 많은 상을 받을 기회를 주고 있습니까? 자신들의 재능과 능력에 따라 각종 대회에 참가해 얼마나 상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까? 그런데도 자기애 상 못 받는다고 이러쿵저러쿵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어느 대학이 상장 하나 가지고 당락을 좌우하는 대학이 어디 있습니까? 이름 없는 극소수 대학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학부형 말씀 중 1학기 수시원서를 쓸 때 담임선생님께서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고 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마 그런 선생님이 안 계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만에 하나 그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상담하는 가운데 담임선생님의 생각과 학생의 생각이 너무 거리가 멀어 답답해 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성적이 안 되면서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가려고 하면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러다보니 듣기 싫은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자유입니다. 선택권도 학생들에게 있습니다. 선생님은 단지 조언을 해줄 뿐입니다. 선생님 말 안 듣는다고 짜증내고 화를 내고 듣기 싫은 말을 하고 상처 주고 하는 건 금물입니다. 3학년 담임선생님 중 원로 선생님이 세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분들의 상담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배워야 합니다. 말을 아껴야 합니다. 말을 신중히 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기를 꺾어놓아서는 안 됩니다. 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가능성을 심어줘야 합니다. 용기를 심어줘야 합니다.

학부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3학년 담임선생님들 얼마나 수고 많이 하십니까? 여름이 있습니까? 방학이 있습니까? 휴가가 있습니까? 토요일이 있습니까? 일요일이 있습니까? 공휴일이 있습니까? 낮이 있습니까? 밤이 있습니까? 어디 자기 자녀 돌봅니까?

어떤 선생님은 자기 어린 애를 대구에 맡겨두고 있습니다. 또 어떤 선생님은 자기애를 대전에 계신 친정어머니를 오게 해서 맡기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누구 때문에 그렇게 합니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합니까? 그렇다고 그분들에게 무슨 보상이라도 해 줍니까? 다 정상적인 근무시간 외에 헌신하시는 선생님 아닙니까?

이런 선생님들에게 제발 기를 죽이는 언행은 삼가셔야 합니다. 무턱대면 전화하고 돌아서면 불평하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계속 그렇게 하면 정말 화납니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부모 이상으로 선생님은 자기가 맡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들어가기를 바라고 있는 걸 알지 못합니까?

우리 모두 학생들을 위해 생각을 모읍시다. 힘을 합칩시다. 서로 격려합시다. 그게 우리 모두가 사는 길입니다. 학생들이 힘들어 할 때 선생님도, 학부형님도 함께 격려해야 합니다. 학생이 집에 와서 불평한다고 해서 그걸 맞장구쳐서는 안 됩니다.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그 선생님에게 사적으로 조용히 말씀하셔야 합니다. 그게 이 시점에서 우리 어머님들이 발휘해야 할 지혜입니다.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무엇을 해주기를 담임선생님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머니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들이 원하는 것이 옳고 바른 것이라면 다 들어주는 쪽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게 옳지 않고 바르지 않으면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아무리 바빠도 수업에 최선을 다합시다. 진학상담에 최선을 다해야죠. 학생지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세월이 지나 후회 없는 학생지도가 되었었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떳떳해야 합니다. 그래야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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