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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한 원로 교장선생님의 가르침

오늘 아침에도 또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립니다. 가을을 방해합니다. 가을을 시샘합니다. 자주 그럽니다. 가을을 없애려고 합니다. 가을을 빼앗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여름 내내 우리가 가장 바라고 기대했던 가을이 왜 짧게만 느껴지고 가을을 빼앗아 가는지 정말 아쉽습니다.

가을의 맛을 느껴보려고 하니 또 구름이 찾아오고 비를 가져다주네요. 불청객처럼 말입니다. 그렇지만 석 달의 가을은 분명 있습니다. 그러기에 구림이 가을의 날을 빼앗아 가도 그리 흥분되지 않습니다. 안달을 내지 않습니다. 조급하지 않습니다. 허락하는 대로 즐기려 합니다. 방해하는 대로 즐기려 합니다. 마음을 우울하게 해도 곧 물리칩니다. 어두운 날씨를 틈타 마음에 잠시 머문 부정적인 면도, 어두운 면도 곧 임시주차한 차처럼 곧 떠날 갈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구름이 지나가고 비가 지나가고 나면 더 좋은 가을장면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다행히 내일은 놀토이니까 힘을 얻으실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놀토를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새힘을 얻고 새롭게 재다짐하는 날이 되니 정말 좋습니다. 내년에는 4주로 놀토가 늘어났으면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오늘은 울산에서 사립 고등학교를 세워 오랫동안 교장선생님으로 근무하시다가 이제 퇴임을 하신 학식과 덕망이 높으신 분의 가르침을 소개하려 합니다. 몇 년 전 교육청에 근무할 때 고입 업무 관계로 모 고등학교에 출장을 간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만났던 교장선생님은 연세가 많으신데도 피곤하신 기색도 없이 저에게 일제시대 국민학교 시절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다른 나라는 자주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일본만은 가고 싶지 않아 몇 번 가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일본인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민학교 다닐 때 한국 학생들은 맨발에 보따리 가방을 메고 다녔는데 일본 학생들은 비단 구두에 가죽 가방을 메고 다니니 어린 가슴에 멍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때 가진 상처는 평생을 두고도 지울 수 없어 가까운 곳에 있어도 일본에는 가지도 않았고 국민학교 5학년 때까지 일본말을 배워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었지만 해방 후 일절 일본어를 배우지도 쓰지도 않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일본인과 함께 공부해 보니 한국인 머리가 일본인보다 훨씬 좋았고 체구도 한국인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한국인이 일본인의 지배를 받으며 설움 속에 살아야 하는가를 나름대로 원인을 짚어보니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는 그들의 단결력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급장이 되어 '조용히 해' 하면 '너가 뭐 잘났다고 까불어? 너가 언제부터 급장 됐어?....'하면서 자기 역할을 못하도록 만들지만, 일본인이 급장이 되면 그 학생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덩치가 크든 작든, 능력이 있든 없든 급장 말을 잘 듣는다고 하였습니다.

급장이 '조용히 해' 하면 '모두가 급장 말에 순종하면서 조용히 하며 잘 따라준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면면을 보면 한국인이 훨씬 머리도 좋고 똑똑하고 체구도 뛰어나지만 집단을 이루면 응집력이 그네들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단결력 부족으로 한국이 일본에게 지배를 당하며 설움을 당한다고 하셨습니다.

또 하나는 그들은 남을 믿는 믿음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싸움이 붙으면 일본인은 싸움에서 질 것 같으면 무조건 '졌다' 하고 항복을 하고 순순히 물러나는데, 한국인은 싸움에서 질 것 같으면 무조건 '졌다' 해놓고 순순히 물러나는 체하다가 기회를 엿보아 다시 한 대 갈겨 복수를 한다는 것이다. 믿지 못할 한국인이라는 것입니다.

'졌다'고 하면 그냥 내버려두는 사람이 더 똑똑한지? 아니면 '졌다' 해 놓고 비겁하게 돌아서서 다시 한 대 갈기는 사람이 더 똑똑한지? 물으시면서 한국인이 갖고 있지 못한 국민성 즉단결력-응집력-과 믿음-정직-이 일본인을 강하게 만들었고 우리를 지배하는 자리에 이르렀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더 머리가 좋고 똑똑하고 체구도 큰 데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뒤지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시면서 한국인을 한국인답게 키워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힘주어 하시는 말씀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일본인이 한국에서 생활하다 일본으로 돌아갈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인이 혼자 있으면 일본인보다 강한데 10명 이상만 모이면 일본인보다 약하다'고. 이 말을 예사로이 넘겨서야 되겠습니까? 그네들이 가지는 단결력-응집력-과 믿음-정직-이 우리 국민의 것이 되는 날 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보다 강한 한국인이 될 것 아니겠습니까?

한 원로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저에게는 생명 있는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인을 부끄럽게 만들고 일본인을 부럽게 만드는 말씀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들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앞서는데 왜 그들에게 당하고 지배를 받아왔습니까? 억울하고 분하지 않습니까?

교장선생님께서 예리하게 지적하신 대로 단결력-응집력-과 믿음-정직-의 결여를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일본인들의 단결력-응집력-과 믿음-정직-을 배울 수 있도록 가르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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