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에 가방을 메고 등교를 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예전에 비해 많이 가벼워졌다. 아마도 그건 예전에 비해 아이들의 가방 무게가 많이 줄어든 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아침 등굣길은 다른 것도 아닌 무거운 책가방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학교에 개인 사물함이 없던 시절이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필요한 모든 것들을 책가방에 넣어 다녀야만 했다.
하물며 어떤 요일에는 책가방의 무게가 5㎏이 넘는 날도 있었다. 책가방 안에는 그날 배울 교과서를 비롯하여 교련복과 체육복, 도시락 2개(점심과 저녁)까지...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특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몸집이 작은 나의 경우, 집에서 학교까지의 통학거리가 멀어 그 고충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각 교실마다 개인사물함이 비치되어 있어 아이들은 불필요한 물건들을 사물함에 넣어 보관할 수가 있기 때문에 구태여 모든 물품을 집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
그리고 초·중·고 대부분의 학교가 학교 급식(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을 하고 있어 도시락 2개씩을 싸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도 책가방 무게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책가방의 무게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은 책가방을 들고 다니는 그 자체를 싫어한다. 그래서 일까? 어떤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빈 가방을 메고 학교에 등교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책가방을 모두 검사할 수도 없다. 하물며 어떤 아이들은 책가방 없이 빈손으로 학교에 등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책가방에 넣고 다니는 물건들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본교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방 안에 책 몇 권을 넣고 다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책을 가지고 다닌다는 아이들의 가방 속에는 대부분 입시 주요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과 관련된 것들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몇 명의 아이들은 아예 책 한 권도 없이 수업에 불필요한 물건들(화장품, 무스, MP3, 휴대폰, 지갑 등)을 가지고 다닌다고 하여 이와 대조를 이루었다. 결국 책가방이 본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빈 가방만 메고 다닌다는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밤 11시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면 시간이 자정이 넘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구태여 책가방에 책을 넣어 다닐 필요가 없다고 대답하였다.
사실 아이들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고 학교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책가방 없이 학교에 다니도록 허락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학생 신분으로 책가방 없이 학교에 등교를 하면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가정과 학교에서 해야 할 공부가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학생이라면 읽을만한 책 몇 권 정도는 책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각 교실마다 사물함이 비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소지품 모두(교과서, 체육복, 수업재료 등)를 다 넣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주 쓰는 책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분리하여 자주 사용하는 책은 책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학교의 여건이 허락된다면 아이들 개개인의 사물함을 좀더 크게 만들어 학교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그곳에 넣어둠으로써 아이들이 책가방 없이 학교에 등교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본다.
아무튼 모든 것들이 풍성하기만 한 이 가을, 우리 아이들 모두가 등하굣길에 마음의 양식이 듬뿍 담긴 책가방을 들고 다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