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학교로 전근 다니면서 저절로 체험도 하게 되고 비교도 하게 되는 게 바로 각 학교의 화장실 문화다. 화장실은 결코 지저분하고 더러운 공간이 아니라 꼭 필요하고 소중히 다루어야 주거공간이며 생활공간인데 화장실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는 어떤 장소보다도 소홀히 하고 있다.
한 때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는 형편없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화장실 개선운동이 전개되더니 요새는 많은 공공장소의 화장실이 많이 좋아져서 요새는 쾌적하고 깨끗한 화장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고 특히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곳이 아이러니칼하게도 학교 화장실이다.
신설학교의 화장실은 그래도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최신식 수세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에 지어진 학교 건물의 화장실은 지금도 재래식 화장실이다 보니 학교의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의 흡연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는 등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전에 근무하던 모 학교의 재래식 화장실은 사람들 눈에 얼른 띄지 않는 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그런지 오후 퇴근 무렵에 들러보면 담배꽁초가 소변기 바닥에 수북이 쌓여 주번교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한 됫박씩 수거해야 하는 수고를 날마다 해야 했던 일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흉측한 낙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렇다고 신설학교의 수세식 화장실이라고 해서 잘 관리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변기 소변기가 막혀 배설물이 콸콸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소변기 뚜껑은 깨어지고 쇠붙이 부분이 녹이 슬고 변기통은 시커멓게 때가 묻고 오물이 묻어 악취가 코를 찌르곤 한다.
담당학급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청소에 임한다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을 텐데, 담임선생님들도 별반 신경 안 쓰고 담당학생들조차도 코를 막고 몸을 사리는 지경이니 쉽게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소한 일부터 의식의 개혁은 이루어져야 한다. 휴지 하나 담배꽁초 하나라도 변기에 들어가지 않게 하려는 사려 깊은 마음이 요청된다. 소방호스를 들이대듯 물만 잔뜩 뿌려대는 것도 아주 그릇된 화장실 청소방법이다. 물이 흥건한 화장실은 미끄러질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들어서기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화장실 바닥에 물기가 없도록 하는 것은 화장실 청소의 기본 요령인데 잘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화장실 청소 요령에 대해서는 담당선생님조차도 간과하고 만다. 아이들도 대충대충 물이나 뿌리고 끝내버리는 악순환으로 학교의 화장실은 가장 낙후된 학교 문화의 하나로 남아 있다.
화장실을 제 대로 청소하려면 솔을 가지고 대변기와 소변기를 싹싹 문지르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화장실의 세면대를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고 앞의 거울을 깨끗이 닦은 다음 마른걸레로 물기를 닦아내야 한다. 지저분한 화장실에 들어서면 얼마나 기분이 상하는지는 체험으로 다 알 것이다. 반면에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난 다음의 상쾌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부터 국민기본교육 차원에서 올바른 화장실 이용법과 관리법을 배우고 익혀 습관화 해야 한다. 학교의 화장실과 가정의 화장실은 다 소중한 우리의 생활공간이다. 교육의 현장인 학교의 화장실이 그 어떤 공공장소의 화장실보다도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한 가지 의견이 있어서 제시해 보기로 한다. 화장실의 악취와 하수구 배관이 녹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익한 미생물군인 EM(Effective Microorganisms)을 이용해보는 것이다. 쌀뜨물에 EM원액과 흑설탕을 각각 100분에 1씩 타서 유익한 미생물(EM)을 배양한 다음 그 배양액을 50내지 100배의 물에 타서 화장실 변기에 뿌리면 세제를 따로 쓰지 않더라도 쾌적한 화장실을 유지 하는데 효과가 있다.
1L 정도 양의 EM원액(4000원정도)을 구입하면 몇 개월을 사용할 수 있어 전혀 돈이 들지도 않는다. 관심 있는 선생님들은 한국 EM센터 홈페이지(www.emcenter.or.kr )를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