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연휴 첫날입니다. 저도 오늘 아침 식사를 하고 마산에 계시는 어머님을 뵙고 형제를 뵙는 기쁨과 기대를 안고 떠나려 합니다. 고향 가는 길이 복잡하고 힘들어도 가족을 만나 뵙는 그 기쁨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환갑이 지난 큰형님께서 86세의 노모를 평생 모시고 사는 그 정성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큰형수님께도 마찬가지입니다. 큰형님, 큰형수는 부부교사이신데 부모를 모시기 위해 다른 점수 다 확보해 놓고도 도서벽지를 가는 길을 포기하셨고 부모와 자녀 뒷바라지 하는 일에만 전념하셨습니다. 5남 1녀의 넷째인 저로서는 부담 없이 편안하게 객지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서울에 계시는 작은 형님께서도 어젯밤에 내려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동생도 옵니다. 전 가족이 다 모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행복합니다. 평생 학교 선생이 되기를 소원하셨던 어머니의 소원대로 어머니의 5남 1녀의 딸린 식구, 손자, 손녀까지 교직에 몸담고 있는 분이 9명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모이면 학교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참 좋습니다.
저와 같이 가족이 있어 고향에 갈 수 있어 좋으나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형편이 어려워, 질병으로,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통하며 추석을 보내야 안타까운 분들이 많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누구나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제 우리학교는 정상수업을 마치고 오랜만에 자율학습 없이 집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6시까지 남아서 자율학습하는 학생들을 지켜보기 위해서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1,2학년 학생들도 9일부터 있을 시험 준비를 위해 교실에 남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3학년 교실에는 전 학생들이 교실에 남아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추석도 반납하고 공부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으니 각오가 단단한 것 같았습니다. 반드시 좋은 결실이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3학년 교실 한 반에는 담임선생님께서 교실에 같이 앉아 책을 보고 계셨습니다. 젊은 처녀선생님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감동이 되었습니다. 어제 같은 날은 일찍 갈 법도 하지만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과 끝까지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성실을 무기로 삼는 그 여선생님은 저에게 무엇보다 추석의 값진 선물을 주셨습니다.큰 기쁨의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그와 같은 숨은 선생님이 계시기에 학교는 더욱 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부장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년 부장의 막중한 임무를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고 끝까지 지킵니다. 어제 저에게 와서 오늘도 3학년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자율학습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지킬 것입니다.
저는 고향을 향해 떠나지만 그분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3학년 부장선생님은 50대의 선생님이십니다. 몸에 이상이 온 데도 자진해서 3학년 부장을 하셨고 그 책임을 끝까지 완수하시는 근면 성실의 대명사입니다. 성실을 무기로 삼는 선생님이십니다.
3학년 부장 경험이 많으신 베테랑이십니다. 대들보이십니다. 학교 기둥입니다. 학교 디딤돌이십니다. 그러기에 학교가 빛이 납니다. 그분 때문에 저는 부담이 적습니다. 탁 부장선생님! 전 탁 부장선생님 믿고 편안히 고향 다녀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내일은 추석이니까 전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셔야죠.
오늘은 날씨가 참 좋습니다. 운전하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선생님 무사히 고향 잘 다녀오시고 편안하고 즐거운 추석명절 되셨으면 합니다. 오는 9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뵙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