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학교가 개학과 함께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국민의 정부가 전자정부를 구현하겠다고 그 동안 학교에서 운영하던 학교단위종합정보시스템(C/S)을 대체하여 인터넷을 통해 전국 학교는 물론 교육부, 교육청 등 교육행정기관의 교육행정 정보를 전자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 것은 교무, 학사, 급여, 교원인사 등 27개 업무시스템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교육행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원들의 교육활동과 직접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으로 학교가 혼란스럽고 교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는 것을 보면, 교원들로부터 충분한 여론수렴과 검증절차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발생되는 문제로 보여진다.
교원들은 대체로 지식정보 사회로의 이동에 따라 교육행정정보를 통합적 환경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지 정부는 심각히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학생출결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의 세세한 정보까지 상당히 많은 항목을 입력하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교사업무, 특히 정보담당교사의 업무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원들이 가뜩이나 본연의 교육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잡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로 인해 학생교육에 지장이 있다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사는 마땅히 학생교육을 위한 교육활동에 전념해야지 행정업무가 주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산전문인력 배치 등 교사잡무 감축을 위한 선행 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시스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인권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급격히 변화되면서 각계에서 전자정보 유출로 인한 인권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실정을 감안 할 때 정부는 학생, 학부모로부터 아무런 동의 없이 세세한 전자정보를 파악, 입력하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될 경우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종 자료를 어느 정도까지 입력,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입력이 꼭 필요한지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 서버나 프로그램의 불안정성, 학교컴퓨터 기종의 노후화로 인한 문제, 기존의 학교단위종합종보시스템의 활용 대책 등도 마땅히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전자정부 구현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치중한 나머지 학교실정과 교원 여론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면 학교혼란의 가중은 물론 전국 교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문제점을 수정, 보완하고 안정성을 확보한 후에 시행하겠다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