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새로운 아이들의 담임을 하게 되었을 때 한 아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 다른 아이의 샤프를 자기 것인 양 우기기도 하고 작은 일에도 분노를 느끼기도 하며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자존감.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자신감이 없고 자신의 마음속에 심각한 열등의식, 무력감, 수줍음과 소심함 등으로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바로 낮은 자존감의 전형적인 형태인 것이다.
나의 성격상 지병이 있는 특별한 아이가 아니면 학년이 바뀔 때 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달라 아이의 2학년 때의 생활에 대해서 듣고자 하였으나 전 담임이 전근을 가신 관계로 특별한 정보를 들을 길이 없어 전전긍긍 하던 차 1주일이 지난 후 아이의 어머니께서 찾아오셨다.
무척 궁금하던 차여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버지가 그와 같은 성격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수된 것이었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아이가 그와 같은 상태에 있는 줄 알면서도 집에서는 입 밖에도 아이의 상황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어머니는 대학까지 나오신 분으로 아이의 자존감 향상을 도모하려는 마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우선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아이를 가르쳤던 과거의 선생님에 대한 기억과 그 뿌리를 뽑도록 하였다. 그리고 현재를 직시하는 결단을 요구하였고 미래의 아이의 행동에 대한 기대를 가져 다양한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지도록 함이 유익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다음에 한 번 더 학교에 오시도록 하여 아이 지도에 대한 교사의 계획에 대하여 말씀 드렸고 어머니께서는 협조를 흔쾌히 허락하셨다. 다음은 부모님과 함께 아이에 대한 지도를 말씀드리고 협조를 구했던 상담 내용이다.
1.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하였다 : 아이가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는 발견을 하게 되면 자신의 현실을 직면하지 않고 부인하고 화를 내어 그 상황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어 자신의 말과 생각, 행동, 느낌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도록 하여 자신의 행동과 태도 가운데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고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도록 하였고 문제는 자기에게 있음을 인식하도록 도왔다.
2. 자신의 능력을 믿도록 하였다 :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학대하거나 너무 깊이 생각하는 부분보다 작은 행동에 대한 결과라도 스스로 해결한 것에 대해서는 많은 격려를 해 주었다. 그러나 자신이 완전치 않아서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도록 하였다.
3. 자신의 약점을 사랑하도록 도왔다 우리 인간 한 사람한사람은 매우 소중한 존재여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이 점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실패하는 일은 없다라고 하는 인식을 주었다.
구체적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공동체 놀이를 주 1회 시행하였는데 음악을 통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했다. 주로 론도를 사용하여 여러 번 반복되는 즉흥음악 놀이 가운데 드러나는 개인의 창의성 부분들에 대한 칭찬을 받게 되자 조금씩 웃음을 찾기 시작하였으며 모둠활동 안으로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적극적인 어머니에게 이와 같은 학교에서 다루고 있는 음악들을 소개하여 귀에 익숙하도록 가정에서 자주 들려주도록 부탁하였고 공동체놀이에 대한 소개를 하며와 자녀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낮은 자존감으로 웃음을 잃고 가정에서조차 손을 놓고 있었던 아이에 대해서 어머니와 함께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을 공유하며 함께 관심을 기울인 결과 점진적인 향상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