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교장선생님께서 저를 찾았습니다. 교장실에 가 보았더니 본교 출신 한 분이 와 계셨습니다. 26세의 아주 아름다운 이대 법대 4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사법고시 2차에 합격을 하고 학교에 방문을 한 것입니다. 두 번째 사법고시 2차 합격의 좋은 소식을 안겨준 학생이었습니다.
얼굴이 예쁜 데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너무 착해 보이고 순해 보였습니다. 고시에 합격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학교의 교화인 백합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우리학교의 교목인 백향목의 하얀 꽃처럼 크고 위대해 보였습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잘했습니다. 인물이 예쁜 데다 공부까지 잘해 고시까지 합격했으니 부모님이 참 기뻐할 것 같네요’ 했더니 흐뭇해하더군요. 이룬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해맑은 얼굴 표정을 읽어 볼 수가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앞으로 여자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감사합니다’ 하더군요. 조금도 흔들리지 말고 좌우로 치우치지 말고 중심을 잡고 잘 성장한다면 분명 이 나라의 큰 인물이 되리라 봅니다.
쉬는 시간 교무실에서 여러 선생님께 소개를 했습니다. ‘우리학교 2000년도에 졸업한 46회 윤○○씨입니다. 지금 이화여대 4학년에 다니고 있는데 사시 2차에 합격을 해 본교를 방문했습니다. 박수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씨는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고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여 고시에 합격하고 우리학교를 빛내줘서 감사합니다. 여러 선생님을 대신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수를 받은 후 간단한 인사를 한 후 흐뭇한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人生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법’이란 글을 읽었는데 너무 감동적이어서 소개해 봅니다.
미국 인디애나의 한 초등학교에 뇌종양에 걸린 짐(Jim)이라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짐은 방사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머리가 다 빠졌습니다. 다행히 치료 경과가 좋아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종례 시간에 말했습니다.
“얘들아! 내일 짐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단다. 많이 위로해줘라.”
수업이 끝났지만 그날만은 우르르 몰려나가지 않고 조용했습니다. 곧 학생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어떻게 짐을 위로할까?”
한 학생이 말했습니다.
“짐이 머리가 다 빠졌다고 하는데 우리도 짐처럼 머리를 깎고 오자!”
다음날 아침, 짐이 등교해보니 모든 남자애들이 빡빡머리였습니다. 다 서로를 보고 웃었습니다. 곧 이어 교실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짐도 울었고, 선생님도 울었고, 반의 모든 아이들이 서로를 껴안고 울었습니다.-이하 생략-
정말 감동적입니다. 비록 초등학생들이지만 그들의 위로는 최상이었습니다. 최선이었습니다.그야말로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기발한 지혜가 번득였습니다. 재치가 돋보였습니다. 그들의 위로가 짐도, 선생님도, 모든 학생들을 울렸습니다. 이렇게 위로는 사람을 감동시킵니다. 위,아래 없이 감동시킵니다. 변화시킵니다. 하나로 뭉쳐 줍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서 ‘교육은 위로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위로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대단한 것입니다. 위로가 정말 위대하게 만듭니다. 조금만 위로가 큰 힘이 됩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위로가 큰 인물을 만듭니다. 별로 값없이 보이는 위로가 감동시킵니다. 변화시킵니다. 용기가 됩니다. 외로운 자를 외롭지 않게 합니다.
얼마 전 쉬는 시간에 1학년 세 학생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자기들을 소개하면서 ‘걸뱅’이라고 하더군요. ‘빅뱅’가수가 있는데 그것 본받아서 자기들은 ‘걸뱅’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 어떻게 왔느냐?" "교감선생님께서 외로울 것 같아 위로하러 왔습니다. 조금 전에는 교장선생님께도 다녀왔습니다. 저들은 노래도 잘 고, 춤도 잘 추고 흉내도 잘 냅니다. 뭐든지 합니다."
‘그래, 그러면 흉내를 내봐.’했더니 1학년 부장선생님 흉내를 내는데 입모양이며 말소리가 정말 비슷하더군요. ‘그래 고맙다. 즐겁게 살고, 행복하고, 열심히 하라’고 했더니 ‘교감선생님도 행복하게 사세요.’하고 인사하며 돌아갔습니다. 하루 종일 저를 위로해 주는 자 없는데 1학년 학생들이 저를 시원하게 해 주었습니다. 숨통이 탁 트이게 했습니다. 힘을 얻게 됩니다.
우리는 ‘울산여고’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어떤 분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의 정을 이렇게 내려놓았더군요. ‘함께 어울리고, 채워주고, 나누고, 위로하면서 아름답게 살자는 뜻'이라고요. 함께 살아가면서 함께 어울리고 채워주고 나누고 위로하며 아름답게 살면 그게 바로 행복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자기 위치에서 위로를 받으려고 하지 말고 위로하는 자가 되게 했으면 합니다. 위로 받을 때보다 위로할 때가 더 행복하고 더 빛이 나고 더 가치가 있고 더 보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위로자가 되도록 가르쳐 봄 직하지 않습니까? 할 수 있는 최상의 것으로, 최고의 것으로 위로하는 자가 되게 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