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월요일 중간고사 첫날. 어느 때보다 학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하여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탓일까?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많이 창백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교정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아이들 손에는 책이 쥐어져 있었다.
시험시작 30분 전, 교실에 들어가 제일 먼저 휴대폰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정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하여 아이들로부터 휴대폰을 수거하였다. 이제 어느 정도 습관이 된 탓인지 시험 기간 중에 아예 휴대폰을 가지고 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고사(考査)시 유의사항에 대해 자세히 일러주었다.
오전 9시 1교시 2학년 생물시험이었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감독교사인 나에게 집중되었다. 조용히 눈을 감게 하고난 뒤 아이들에게 문제지와 답안지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눈을 뜨게 한 뒤 시험을 치르도록 하였다. 20여분이 지날 때까지 교실은 아이들의 문제지 넘기는 소리와 호흡소리만 들렸을 뿐 정적만이 흘렸다.
시험 시작 30분이 지난 후, 시험을 다 본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답안지를 확인하게 하고 난 뒤 교실 밖으로 나가도 좋다는 지시를 내렸다. 내 말이 떨어지자 답안지 이상 여부를 확인을 한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빠져나갔다. 교실을 나가는 아이들의 얼굴표정이 시험 시작할 때보다 많이 밝아 보았다. 그런대로 시험을 잘 본 모양이었다.
그런데 40여분이 지나자 교실에는 감독교사인 나와 단 한 명의 아이만 남게 되었다. 시험이 끝날 시간이 임박해오자 그 아이는 초조해서 인지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문제지 여백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였다.
슬그머니 곁으로 다가가 그 아이의 답안지를 엿보았다. 확인 결과, 그 아이의 답안지 위에는 단 한 번호를 제외한 모든 번호에 답이 적혀 있었다. 결국 그 아이는 단 한 문제를 풀지 못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아이의 이마위로 땀이 맺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아이의 그런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거의 1분을 남겨놓고 그 아이는 답안지에 답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 이마위의 땀을 닦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그건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 나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환희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로부터 건네받은 마지막 답안지를 봉투에 넣고 난 뒤 교실을 나왔다. 중간고사 첫 날 1교시부터 정말이지 긴 시험 감독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시험감독 50분을 다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피곤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