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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현대판 '맹모삼천지교'가 따로 없다?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지 며칠이 지났다. 가채점 결과 예년처럼 평이하게 출제되어 각 일선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학 지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의 반영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재수를 기피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 올해 입시는 사상 최악이 될 것 같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수능시험이 변별력을 따지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예상되는 바 대학진학의 승패는 대학별 고사(논술, 면접, 구술 등)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서울에서 개최되는 입시설명회마다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논술학원은 수강생들로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매년 수능시험을 치르고 나면 수험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또한 한바탕 가슴앓이를 해야만 한다. 고학력을 지닌 학부모가 늘어남에 따라 “내 자식의 대학 진학은 내가 책임진다.”라는 생각으로 자녀에게 좀더 빠르고 정확한 입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입시설명회가 열리는 곳으로 동분서주하곤 한다.

그러나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학부모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고3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 대학입시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이나 진학과 관련된 책자를 통해서 접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일부 극성맞은 학부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학부모들끼리 버스까지 대절(貸切)하여 서울에서 개최하는 입시설명회에 다녀 올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물며 대학입시 전형이 끝날 때까지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자녀를 뒷바라지 한다며 일찌감치 서울로 상경한 학부모도 주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자녀의 수능시험이 끝나면 더 이상의 사교육비 지출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어떤 학부모는 논술지도를 위한 과외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사실에 큰 걱정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엄청난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을 보낼 생각까지 하고 있는 학부모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붙자는 식으로 적성과 학과를 고려하지 않은 진학 지도는 오히려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현대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면 학부모는 그 어떤 것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자녀는 논술학원으로 부모는 대학 입시설명회로 내 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대한민국의 현 입시정책이 아닌가 한다.

늘 그렇듯이 주먹구구식의 입시 정책에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이다. 이와 같은 부적절한 입시 정책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게 될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자녀를 위해 학부모들까지도 가정을 내 팽개치고 입시설명회 장으로 내몰아야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매년 늘어나는 해외유학생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만 보지 말고 왜 그 아이들이 해외 유학을 선택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모든 것은 잘못된 현행 우리나라 교육 정책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육은 양(量)보다 질(質)적인 향상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내실이 없는 교육은 국제경쟁력에서도 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아야만 한다.

오늘도 고3 수험생을 둔 옆집 아주머니는 서울 모(某)대학에서 열리는 입시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며 서울로 상경한다. 그 아주머니의 꿈은 소박하다.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 아주머니의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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