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도전’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보니 성공한 어느 기업가나 정치가의 인생역정처럼 거창하게 들린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도 끊임없는 실패와 도전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래 `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쓰면 소설 몇 권이 될 것이다.` 라는 말이 속담처럼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내 경우에도 해당된다. 내 최초의 실패는 아버지의 부재였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객지생활로 일관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할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으로 큰 탈 없이 성장하였으니 아버지의 부재는 결국 가까스로 성공적으로 극복된 셈이다.
이젠 사회적 개체로서 독립하는 단계에서의 실패다. 사회적 존재로서 독립하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사랑과 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으니 우정에는 성공했는데 이성 친구를 사귀는 데는 항상 좌절하였으니 실패라 할 것이다.
사춘기부터 시작된 사랑의 문제는 군대를 마치고 만학을 하던 20대 후반까지 해결을 못 보고 나를 고민에 빠트렸다. 30대 초반 우여곡절 끝에 배필을 만나 가정을 꾸렸으니 이 또한 좌절을 딛고 일어선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도 실패와 도전의 풍랑을 겪고서야 졸업할 수 있었다. 소위 명문대를 입학했다가 중퇴하고 국문학을 공부하려다 다시 영문학으로 진로를 바꾼 후에야 졸업을 했으니 평탄한 대학생활일 리가 없다.
실패는 또 직장 문제에까지 이어졌다. 희망하는 언론계로 진출하지 못했으니 실패요,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몇 개월 다니다가 그만 두었으니 이 또한 선택의 잘못이었다. 사립학교에 근무하다가 사직하는 등 우여곡절을 여러 번 겪은 후에야 마침내 교직에 정착한 과정도 실패와 도전, 도전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지나친 자기 합리화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실패와 도전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직장생활도 근 30년이 되어간다. 교장선생님이 되는 것은 모든 교사들의 꿈일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다 교장선생님이 된단 말인가. 지도력이 있고 인격이 있는 유능한 분이 교장선생님이 되는 게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고 평교사를 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 연령 대에 이미 교장이 된 분도 많으니 이 또한 실패라면 실패겠지만 나는 이 문제만큼은 실패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으려 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평교사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근무하자는 태도를 견지해 왔으니까. 말하자면 이솝 우화의 신포도의 원리(The Principle of Sour Grapes) 에 해당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에 누군가 내게 실패한 교육자라고 한다면 나는 그의 교양을 한번 짚어볼 것이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그릇된 인식을 지적할 것이다. 평교사로 교단을 떠나더라도 얼마든지 교육자로 성공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또한 도전의 길이요 성취의 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인생은 실로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요, 실패와 도전의 연속이다. 어떤 실패가 또 나를 짓누르기도 할 것이고 도전과 시행착오는 계속되리라. 다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 최선을 다하는 곳에 새로운 길은 항상 열릴 것임을 믿고 있다. 그래 미래 어느 싯점에 내 인생을 되돌아보며 그래도 나의 인생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고맙고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