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반하거나 그것에 혹해서 어쩔 줄 몰라 할 때 사죽을 못 쓴다는 표현을 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죽을 못 쓴다가 아니라 사족을 못 쓴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영화라면 사족을 못쓴다 (o) 영화라면 사죽을 못쓴다 (x)
원래 이 사족이라는 말은 짐승의 네 발을 가리키거나 또는 네 발 달린 짐승을 뜻합니다. 그리고 두 팔과 두 다리를 뜻하는 말인 사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족을 못 쓴다고 하면 어떤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팔, 다리마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라는 뜻이 되는 것이죠.
또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사족이라는 말 중에는 화사첨족(畵蛇添足)이라는 한문숙어의 준말로 쓰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뱀을 빨리 그리는 경쟁에서 제일 먼저 그린 사람이 뱀 그림에 발까지 그려 넣어 실패했다고 하는 고사에서 나온 것인데, 쓸데없는 군일을 하다가 도리어 실패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설명을 한다고 할 때 ‘사족을 붙인다’ 또는 ‘사족을 단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발음의 용이함과 습관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단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우리말 사랑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귀가 세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과 악수할 때 손으로 잡는 힘이 너무 세서 아팠던 기억이 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럴 때 흔히 아구가 세다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만, 이 때는 아귀가 세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아귀라는 말은 물건의 갈라진 곳을 뜻하는 말인데요, 손아귀라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손아귀란 말은 엄지손가락과 다른 네 손가락과의 사이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고 할 때 손아귀에 넣는다고 말하는 거죠. 물론 이때도 역시 손아구가 아니라 손아귀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한복의 두루마기 옆을 보면 주머니는 아니면서 트여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 역시 아귀라고 부르죠. 또 생선 매운탕을 해 먹는 것 중에서 입이 크고 모양은 별로 예쁘지 않지만 맛은 상당히 좋은 생선이 있는데, 이것도 역시 아귀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이 생선으로 만든 매운탕이나 찜은 ‘아구탕’이나 ‘아구찜’이 아니라 아귀탕, 아귀찜이 맞습니다. 혼동 없이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보람되고 알찬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자료출처: 국립국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