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3일째가 끝난 오후입니다. 학생들은 모두 일찍 집에 가고 없습니다. 비는 안 오지만 날씨가 흐려 마음까지 흐리게 하고 우울하게 만듭니다. 이럴 때 한두 가지라도 좋은 일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럴 때 한두 가지라도 좋은 소식이 들리면 살맛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들려오는 소식은 그렇게 좋은 것은 없고 우울한 것밖에 없습니다. 연금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도 그렇습니다.
이럴 때 어찌해야 합니까? 낙심해야 합니까? 주저앉아야 합니까? 우울하다고 좌절해야 합니까? 절망해야 합니까? 우리들의 문이 하나하나 닫히기만 하고 열리지 않는다고 한탄해야 합니까? 그럴 수는 없잖아요. 한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립니다. 한 문이 없어지면 다른 문이 생깁니다. 때가 되면 역전의 기회가 생깁니다. 쥐구멍에도 볕뜰날이 있겠지요.
어떤 분은 ‘벼랑 끝으로 오세요!’라는 글을 썼습니다.
“‘벼랑 끝으로 오세요.’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대답했다. ‘무서워요.’ 사람들이 다가갔다. 그는 그들을 밀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날아올랐다.”
들리는 소식마다 우리를 벼랑끝으로 몰아넣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러하면 큰일 난다고 호소를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우리를 벼랑끝으로 몰고 가서는 낭떠러지로 밀어버리잖아요. 그러면 우리 모두 죽잖아요. 그런데 죽습니까? 죽지 않습니다. 죽지 않고 하늘을 납니다. 날개 달린 새처럼 말입니다.
때를 기다리면 됩니다. 때를 기다리면서 준비하면 됩니다. 때를 기다리면서 우리의 할 일 하면 됩니다. 때가 되면 혜성같은 탁월한 지도자가 나타나 교육에 대해 무엇이 잘못 됐고 무엇이 잘되었는지 판단할 줄 아는, 분별력이 탁월한 분들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회복시켜 줄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제자리로 돌려줄 것입니다. 그러면 역전이 됩니다. 그러면 살맛나는 삶이 새로이 전개될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선생님들은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선생님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에 긍지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임금님을 존중하듯이 선생님을 존중할 날이 올 것을 확신해야 할 것입니다. 부모님을 존중하듯이 선생님을 존중할 날이 회복될 것임을 기대해야 할 것입니다.
왕은 ‘자신은 왕이다’라는 말에 얼마나 긍지를 가졌습니까? 우리 선생님들은 ‘내가 스승이다’라는 말에 긍지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왕이 백성을 위해 존재하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위해 존재함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존재하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기에 마땅한 대우를 받을 날이 올 것입니다.
탁월한 임금님은 자기의 지위, 영광을 누리며 살기보다 백성들의 복지를 위해 살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우리의 지위, 영광을 누리며 살기보다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살아야 할 것입니다. 탁월한 부모님은 자기의 권위, 영광을 누리며 살기보다 자식들의 복지를 위해 살듯이 우리 선생님들도 자신의 권위, 영광을 누리며 살기보다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선생님을 선생님답게 알아보는 지혜로운 지도자가 나타나 회복시켜 줄 것입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선생님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선생님의 존재가치를 부여해 줄 것입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선생님의 세상이 도래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학생들만 바라보면서 힘을 내셔야 합니다. 우리들은 학생들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학생들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주저앉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들은 학생들의 장래를 바라보면서 걱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옆도 바라보지 말아야 합니다. 뒤로 돌아보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저것 따지지도 말아야 합니다. 오직 앞만 바라보아야 합니다. 오직 학생만 바라보아야 합니다. 선생님을 선생님답게 대접할 줄 아는 지도자를 고대하면서 걱정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염려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우울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야 병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야 스트레스 받지 않습니다. 그래야 살맛이 납니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벼랑 끝으로 오세요.’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대답했다. ‘무서워요.’ 사람들이 다가갔다. 그는 그들을 밀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날아올랐다. 선생님은 떨어지는 새가 아니라 날아오르는 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