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아닌 때는 매일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학습이나 생활지도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도나 개인별로 적절한 지도가 용이하나 방학이 되면 아이들의 생활이나 학습에 대한 부분이 궁금해도 확인할 어떤 마땅한 방법이 없다. 학급 홈페이지나 선생님께 메일로 공부하다가 궁금한 점이나 자신이 수행해 나가고 있는 학습에 대한 내용, 또 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을 올리도록 하지만 잘 시행되지 않는다.
오늘 마음먹고 학급 아이들에게 전화를 하였다. 방학이 되어 친척 집에 간 어린이들도 몇 있었으나 부모님이 모두 직장에 나가시므로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직접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의 소리가 들리자 아이들도 반가움을 금치 못하였다. 아이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였다. “응, 그러니?”, “그렇구나.” “참 즐거웠겠네.” 등의 응답을 해주면 더욱 신나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하나같이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하고 묻는다. 아마 아이들은 선생님은 방학 때 무엇을 할까에 대하여 제일 궁금한 듯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다음 가정에서 하고 있는 학습에 대해 확인을 해 보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목소리가 작아진다. 그것은 학습에 대해 소홀히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부모님들께서 직장에 나가신 후 게임으로 하루 내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방학 중에 학습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방학 할 때 다양한 과제를 제시하고 부모님과 상의하여 스스로 계획을 세워 보도록 하였다. 그토록 다양한 과제물 중에서 신기할 정도로 능력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교사가 조언을 하게 되지만 거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상의해서 세운 계획에 의한다. 학년에 맞게 다양한 학습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교육방송은 아이들의 방학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매체이다.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시청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어 남은 기간만이라도 꼭 시청하도록 당부하였다. 리포터가 교육방송 시범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의 모든 학습능력이 월등히 높아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공통과제인 나누어준 영어 CD를 정해진 시간에 들을 것과 ‘다높이’사이트에 들어가서 하루에 한 가지씩 공부하고 제목이라도 잊지 말고 꼭 기록하도록 하였다.
몇 명의 어린이들과는 통화를 못했지만 왜 이렇게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멋진 인생의 날들을 만들어 가며 10살 겨울방학을 나름대로 잘 보내고 있는 것을 확인해서일 것이다. 개학이 얼마 안 남았으니 시간이 되는 대로 편지도 쓸 작정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에게서 카드를 많이 받았지만 곧 방학이 되는 바람에 답장을 못하였다. 은근히 선생님의 답장을 기다릴 텐데... 내일은 예쁜 편지지를 사러 돌아다녀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