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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연수원의 추억 (23)

연수원 숙소에서의 밤은 더욱 쓸쓸하다. 보통 집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TV도 없다. 전화도 없다. 컴퓨터도 없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나 전축도 없다. 단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책 읽는 것밖에는 없다. 아니면 누워서 이것저것 생각만 하게 된다. 정말 외로운 곳이다. 정말 답답한 곳이다. 정말 한심한 곳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곳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돈 주고 그런 곳에 가려고 해도 힘들다. 그곳만큼 생각을 깊게 해준 곳은 없다. 그곳만큼 자신을 다듬어줄 수 있는 곳도 없다. 나처럼 그곳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좀 더 빨리 그런 곳이 좋은 환경이라는 깨달음이 있었으면 한다.

하루는 박두세(朴斗世)의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를 읽었다. 읽다가 산책을 갔다 온 후 마무리하여 읽었다. 그 중에 아홉 가지 생각하는 글자를 써 항상 눈에 보고 외운다고 하는 박 선생님의 내용이 공감이 되었다. 이분처럼 이 아홉 가지 글자를 가슴속에 심어두고 항상 외우고 생각하면서 행동에 옮기면 위대한 사람, 인품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 선생님의 삶이 어떠했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의 사람됨을 읽을 수 있다. 이분의 아홉 가지 글자가 무엇인지 본문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사곡(邪曲)한 마음이 나려거든 문득 바를 정(正)을 생각하면 사벽(邪僻)하기에 이르지 아니하고, 거오(倨傲)한 마음이 나려거든 경(敬)을 생각하면 거오(倨傲)하기에 이르지 아니한다.
태타(怠惰)한 마음이 나려거든 부지런할 근(勤)을 생각하면 태타(怠惰)하기에 이르지 아니하고, 사치(奢侈)한 마음이 나려거든 검박할 검(儉)을 생각하면 사치(奢侈)한 데 이르지 아니한다.
속이고 싶은 마음이 나려거든 정성 성(誠)을 생각하면 속이기에 이르지 아니하고, 이욕(利慾)의 마음이 나려거든 옳을 의(義)를 생각하면 이욕(利慾)에 이르지 아니한다.
말할 때에 잠잘 묵(黙)을 생각하면 언실(言失)이 있지 아니하고 기롱(譏弄)할 때에 영웅 웅(雄)을 생각하면 경조(輕躁)하기에 이르지 아니한다. 분노(忿怒)할 때에 참을 인(忍)을 생각하면 급조(擧措)가 있지 아니하다.”

박 선생님의 이 아홉 가지 생각은 몸을 깊이 살핀다는 뜻이라고 하셨다. 여기에 나오는 ‘1.정(正), 2.경(敬), 3.근(勤), 4.검(儉), 5.성(誠), 6.의(義), 7.묵(黙),8.웅(雄), 9.인(忍)’ 이 아홉 가지 글자를 늘 생각하여 몸을 살펴보리라.
이 아홉 가지 글자를 늘 가슴 속에 새겨  생각하다 보면 좋은 성품으로 다듬어질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된다. 그 중에 평소에 몸에 지닌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검(儉)이다. 검(儉)은 부모로부터 받은 정신적 유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나머지 여덟 가지는 하나하나 실천에 이르기 위해 가슴에 품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당장에 나를 지배하고 있는 글자가 정(正), 경(敬), 의(義), 묵(黙), 인(忍)이 다. 이 다섯 가지 글자가 현재 나의 것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수원의 기간은 이러한 글자가 나에게 살아 있는 글자로 다가오고 있다. 이 다섯 가지 글자가 잘 실천 되어야 마지막 세 글자 근(勤), 성(誠), 웅(雄)이 나의 것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면 나도 박 선생님의 말씀처럼 평생을 아홉 가지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늘 생각하며 나아가 행동에 옮기는 삶이 되어 잘 다듬어진 삶, 뛰어난 성품을 지닌 위대한 삶, 조금도 후회하거나 부끄러움이 없는 삶, 남은 삶에 구김살이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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