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중3이어서 현재 고등학교에 입학할 준비 중에 있다. 겨울 방학에 들어가기 전에 입학할 고등학교에 대해 안내하는 유인물을 받았다. 학교연혁과 학교운영의 기본방향, 교육과정 편제, 생활규정에 대한 내용이 비교적 자세히 안내되어 있어 학부모로서 매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장에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3월 2일이 입학식인데 3월 5일 시험을 친다는 내용이었다. 수학의 범위는 중 3 전 단원 이었지만 국어의 범위는 고등학교 국어 1-3단원까지이고 영어의 범위는 ‘EBS 예비 고1 영어’였다.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기대감으로 나름대로 긴 겨울방학과 2월을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하여 스스로 계획을 세우며 마음의 다짐을 하고 있는 이 때에 시험을 고지하여 부담을 주어서는 되겠는가?
아들과 사촌인 H(경주 K여고에 입학 예정)도 같은 학년이어서 알아보았더니 벌써 입학할 고등학교에 가서 두 번의 시험을 치렀고 또 한 번의 시험을 남겨놓고 있다고 한다. 시험교과는 국, 영, 수이며 범위는 예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이라고 하니 무엇이 그렇게 급하단 말인가? 교육은 성급하게 이루어지면 안 된다. 이제 고등학교 갓 들어간 학생들에게 예비 고1 과정의 시험 문제를 내는 것은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일이 되는 것이다. 고등학생으로서 도움이 되는 책을 읽도록 권유하고 적절히 평가를 한다면 그에 대한 대비도 할 겸 그동안 책을 읽으며 유익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또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대입준비로 인하여 여행하거나 견학할 시간이 없을 텐데 몸과 마음을 편히 쉬며 우리나라 위인들이 살았던 곳을 여행하면서 당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국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무진 애를 썼던 그 분들의 정신을 일깨우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유적지 등을 돌아보면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긍지를 느껴보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권면함이 옳지 않은가?
고등학교 시기는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했던 아동기를 거쳐 청소년기의 절정을 이루며 급격한 신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사춘기를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해지는 매우 중요한 때이다. 이제 그 중요한 시기의 첫발을 들여놓는 고1 학생들에게 학교와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 할까? 청소년기의 황금과 같은 시기에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치는 시험으로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어 오직 공부 외에는 다른 일을 계획하거나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 측의 성급한 교육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