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지간인 나오코(기시모토 가요코)와 모나미(히로스에 료코)를 태운 버스가 눈 덮인 산길을 달리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엄마 나오코는 죽고, 딸 모나미는 깨어난다. 그런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딸은 자신이 모나미가 아니라 나오코라고 주장한다. 말이나 행동이 영락없는 아내인 모나미를, 아버지 헤이스케(고바야시 가오루)는 아내 나오코로 느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집에선 아내 나오코로, 밖에선 딸 모나미로 ‘이중생활’을 하는 ‘아내/딸’과의 동거가 순탄할 리 없다. 대학생이 된 ‘아내/딸’이 모나미로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헤이스케는 혼란과 갈등에 휩싸인다. 남편으로 살 것인가, 아버지로 살 것인가.
세상은 그들의 사랑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헤이스케의 눈에는 그녀가 변함 없이 부인인 나오코 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그녀는 모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모나미의 생활, 나오코의 생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녀는 결정해야 합니다. 그의 아내로
살 것인지, 아니면 딸로 살 것인지를.
빙의(憑依),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서라도 곁에 있고 싶던 사랑은 그러나, 사랑하기에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사랑이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 '비밀'은 이렇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의 의미를 헤아리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들만의 애칭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만 행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헤이스케의 까칠까칠한 턱 밑을 손으로 간질간질 건드리는 나오코. 이런 작은 행동이 상대방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고, 기억하게 만드는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요. 당신은, '그/그녀' 와 어떤 '비밀'을 공유하고 계신가요.
나의 비밀은 눈물을 거쳐서/ 당신의 시각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한숨을 거쳐서/ 당신의 청각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떨리는 가슴을 거쳐서/ 당신의 촉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밖의 비밀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이 되어서/ 당신의 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비밀은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소리 없는 메아리와 같아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 한용운, '비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