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학년도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서술·논술형평가의 반영비율이 2007학년도부터는 50%이상을 반영하도록 하였다. 이를두고 일선학교에서는 적지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서술·논술형평가는 매시험마다 총배점에서 50%를 객관식평가가 아닌 서술·논술형으로 출제하도록 한 것으로 지난 2005학년도에 30%를 시작으로 매년 10%씩 반영비율을 높여 50%까지 확대하겠다는 시교육청의 방안에 따른 것이다.
올해의 반영비율은 50%이상으로 못박고 있다. 시교육청의 지침에 따르면 서울시내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서술·논술형평가를 50%이상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어 학교에서 다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교과의 교과학습평가에서 서술형․논술형 평가 반영 비율은 총 배점의 50%를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비율은 각 학교 교과목의 특성과 교과지도의 형편을 고려하여 교과협의회에서 정한 후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결정하여 시행한다.' 즉 50%를 원칙으로 하되, 교과의 형편에따라서는 비율을 조정해서 실시해도 된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문구를 두고 시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 유선으로 문의한 결과 담당장학사는 '교육감의 방침이니 꼭 지키는 것이 좋다'라는 답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보기에는 학교장에게 권한이 넘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학교장이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이를 두고 일선학교의 교원들은 몇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는 객관식평가에 관한 것이다. 서술·논술형평가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제도하에서는 의미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즉 대학수학능력시험도 객관식위주로 출제되는 현실에서 학교교육만 서술·논술형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서술·논술형평가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일정한 비율을 정하여 학교에서 무조건 시행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는 수행평가와의 관계이다. 국어의 경우 독후감쓰기, 논술쓰기등의 수행평가를 실시하는데, 굳이 정규고사에서 서술·논술형평가를 반드시 50%이상을 하도록 규정한 것은 서술·논술형평가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수행평가를 위한 보고서작성은 이미 수년전부터 서술·논술형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수행평가는 모두 무시하고 반드시 정규고사에서 그것도 매번 시험을 실시할 때마다 50%이상을 유지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볼때 앞 뒤가 맞지 않는 논리이다. 더우기 과학과의 경우, 서술·논술형평가의 범주에 보고서평가를 포함하면 안되고 서술·논술형평가의 비율 중 20%이상을 실험·관찰한 내용으로 출제하도록 못박고 있다. 보고서평가는 실험장치가 있어야 하고, 실험을 직접시행하면서 관찰한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정규고사에서 시험묹를 출제하게되면 출제 자체도 어렵지만 결국은 학생들에게 암기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는 교사의 평가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부분이다. 평가는 교사의 고유권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두고 교육청에서 이래라 저래하 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다. 과목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셋째, 수행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서술·논술형평가의 배점을 50%이상으로 유지하려면 현실적으로 수행평가의 반영이 어렵게 된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교육청의 담당장학사는 '서술·논술형평가를 50%이상 하더라도 수행평가는 수행평가대로 30%이상을 반영하는 것이 좋다.'라는 답변을 했다. 담당장학사는 물론 이 지침을 내린 시교육청에서 학교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예를들어 100점 만점에 서술·논술형문항을 50%출제하고 수행평가를 30%반영하면 객관식평가는 20%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객관식평가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20%만 출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럴바에는 차라리 서술·논술형평가를 100%로 높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수행평가는 과목특성상 절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목이 있다. 국어나 과학이 바로 그것인데, 수행평가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도 실기평가라는 명목으로 수행평가를 실시했던 과목들이다. 그만큼 과정평가를 중시하는 과목들이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의 지침대로 따르게 된다면 결국은 수행평가는 실시하기 어려운 것이 학교현실이다.
넷째, 교육감이 바뀔때마다 급격한 정책변화의 문제이다. 이전교육감은 '수행평가'를 강조했었다. 8년의 재임기간동안 수행평가에 공을들여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로 인해 전국의 모든학교들이 수행평가를 하게 된것이다. 현재는 수행평가의 문제점들이 어느정도 해소되어 정착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번의 교육감은 '서술·논술형평가'만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수행평가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이다. 학력신장을 위해 서술·논술형평가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짧은 시간의 재임기간임에도 이런 엄청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학교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며 차기 교육감은 어떤 정책을 들고 나올지 벌써부터 염려가 된다.
다섯째, 채점의 공정성이 과연 100%확보되느냐의 문제이다. 30%,40%도 아닌 50%를 출제하게 되면 교사들이 채점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냥 극복한다고 해도 공정성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채점방법을 보면 서로다른 교사가 2회채점하여 평균점수를 내도록 하였는데, 그 평균점수가 과연 공정성을 100%확보한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채점에서 객관성의 확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수업에서는 서술·논술형평가에 대비한 수업이 쉽지않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지하게 될 것이고 그 부담은 학부모에게 떠념겨질 것이다.
올해 서술·논술형평가를 확대시행하면서 시교육청에서는 '평가개선장학지원단'의 활동을 강화하여 일선학교에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즉 '『평가개선장학지원단』운영을 활성화하여 단위학교의 서술형․논술형 평가 실태를 점검하여 개선방안을 수립하고, 학교 및 교육청 주관 각종 연수에 강사요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평가 지도자료를 개발․보급함과 아울러 서술형․논술형 평가에 관한 모니터링을 통해 질 높은 평가가 단위학교에서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평가전문사이트『e-평가 문제 은행』운영 강화'를 통해 수업활동에 필요한 서술형․논술형 평가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우수 평가문항 제공을 통해 교원의 평가 전문성을 신장하고 평가 업무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 서술형․논술형 평가 활성화를 통한 학습 방법의 개선으로 학력 신장에 기여한다.'라고 하는데, 과연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서술·논술형평가의 실태를 점검하여 개선방안을 수립한다고 했는데, 지난 2년여동안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그런데 개선된 것이 없다. 도리어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여섯번째 문제는 서술·논술형평가과목의 선정기준이다. 주당 3시간이상 배당된 과목(연간 102시간이상)으로 한다고 했는데, 기술·가정이나 체육도 3시간 이상인 학년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제외하고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은 교육청에서 중요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으로 분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들과목을 제외한 나머지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보이지 않는 소외감을 느끼는데, 시교육청이 이를 앞장서서 부추긴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서술·논술형평가와 관련하여 일선학교 교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당장에 나타날 문제를 그대로 안고가는 것은 옳지않다. 교사들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서술·논술형평가 강요는 교육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의견을 듣고 지난해 수준으로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 충분히 문제점이 검토되고 해결된 후에 비율을 높여도 결코 늦지 않는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