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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강원 홍천의 전교생 17명 화촌초, 그래도 배움은 깊다

작은 학교가 지켜내는 교육의 본질

전교생 17명.  숫자로만 보면 작은 학교다.  학년별 학생 수가 한 손에 꼽히고 운동장의 아이들 소리도 도시 학교처럼 크지 않다. 누군가는 이런 학교를 보며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학교의 가치는 학생 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교육의 본질은 규모가 아니라 한 아이의 성장을 얼마나 깊이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강원 홍천 화촌초는 농촌유학을 운영하는 작은학교다. 농촌의 작은 학교는 지금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 서 있다. 아이들이 줄어들면 학교가 작아지고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의 미래도 함께 흔들린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다. 마을의 중심이고 아이들의 삶이 시작되는 곳이며 지역공동체가 미래를 이어가는 기반이다. 그래서 작은 학교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교생 17명의 화촌초에서는 모든 아이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 교사는 아이의 성격, 배움의 속도, 관심사, 생활 습관까지 세밀하게 살핀다. 학생은 교실 안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발표할 기회도 많고 체험활동에서도 구경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인공이 된다. 큰 학교에서 놓치기 쉬운 한 아이의 표정, 망설임, 가능성, 이 모든 것이 작은 학교에서는 교육의 출발점이 된다.

작은 학교의 배움은 ‘많이’보다 ‘깊이’에 가깝다. 학습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보다 아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살필 수 있고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중시할 수 있다. 서로의 이름과 성격을 잘 알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치열한 경쟁보다 관계 속에서 배우고 속도가 아니라 성장을 중심에 두는 교육이 작은 학교에서 가능하다.

 

농촌의 자연과 마을 역시 훌륭한 배움터가 된다. 숲, 들, 계절의 변화, 마을의 역사, 지역 어른들의 삶은 교과서 밖의 살아 있는 교육과정이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관찰하고 마을 속에서 관계를 배우며 지역 속에서 삶의 의미를 익힌다. 이것은 도시의 큰 학교가 쉽게 제공하기 어려운 작은 학교만의 교육적 자산이다.

 

물론 작은 학교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래 관계의 폭이 좁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교직원의 업무 부담도 크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작은학교의 폐교 논리와 정당화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작은 학교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농촌유학, 공동교육과정, 지역 연계 체험활동, 원격수업, 작은 학교 간 협력 체제 등이 실질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 작은 학교를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은 공장의 생산량처럼 숫자로만 계산할 수 없다. 한 아이가 존중받고 한 아이의 가능성이 발견되며 한 아이의 배움이 깊어지는 공간이라면 그 학교는 충분히 존재할 이유가 있다. 작은 학교는 폐교 대상이라는 접근을 떠나 오히려 미래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교육 현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전교생 17명. 분명 작은 숫자다. 그러나 그 안에는 '열일곱 아이의 삶이 있고, 열일곱 아이의 꿈이 있으며, 열일곱 아이의 미래'가 있다. 학교가 해야 할 일은 그 숫자를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가능성을 키워내는 일이다.

 

작은 학교의 배움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깊은 배움이야말로 농촌교육이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다. 전교생 17명. 그래도 배움은 깊다. 작은 학교가 살아야 아이가 살고 아이가 살아야 마을의 미래도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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