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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한국 사람이 ‘봉’인 줄 아느냐!

이곳 필리핀 바기오에서 생활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 중의 하나가 자동차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등·하교를 시키기 위해서라도 자동차는 꼭 필요하였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를 하여 우리나라에서 만든 9인용 중고차 승합차 한 대를 거금(1200만원)을 주고 구입하였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바이지만, 바기오시를 누비고 다니는 승용차는 대부분 일본에서 만든 자동차들이었다. 가끔 우리나라 현대와 기아에서 만든 차들이 눈에 띄기는 하였지만 그 수는 일본 차에 비해 극히 적었다.

이곳 현지인들이 일본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선호하는 이유로 잦은 고장이 없으며 무엇보다 부품을 구하기가 원활하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고산지대인 이곳 바기오 기후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였다.

하물며 한번 고장이 나면 부품 구하기가 힘들어 마닐라까지 부품을 주문한다든지 직접 사 가지고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우리나라 차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한국 사람들까지도 일제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산 자동차 또한 구입한 지 한 달 만에 여러 번의 수리를 받아야 했으며 거기에 따른 수리비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연일 계속되는 잦은 고장에 심지어 화가나 차를 팔고 새 차를 구입하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며칠 전, 아이들의 등굣길에 급기야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언덕길에 차의 시동이 꺼진 것이었다. 지나가는 현지인들에게 고장 원인을 물어보았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이곳에 살고 있는 지인(知人)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카센터가 상주해 있으며 자칫 잘못하면 속을 수 있다며 한국차를 전문으로 수리하고 믿을 수 있는 정비소를 소개해 주었다. 특히 이곳 현지인은 모든 한국 사람들은 돈이 많다고 생각하여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운다고 하였다.

지인(知人)과의 통화를 끝낸 뒤, 가까운 카센터의 도움을 받아 지인이 일러준 정비소까지 간신히 차를 몰고 갔다. 그곳에는 많은 한국차들이 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비소의 사장은 생각보다 나이가 어려보였다. 그는 밝게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한국 사람인 나를 친절하게 대했다.

잠시 뒤, 차의 상태를 점검해 보더니 고장원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부품을 구입하는 기간을 포함해 수리를 하는데 약 일주일이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차가 필요하면 자신의 차를 사용해도 좋다는 친절함까지 베풀기도 하였다.

왠지 모르게 믿음이 있어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장의 친절함에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현지인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일주일 뒤, 수리가 다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약간의 수리비를 가지고 그곳으로 찾아갔다. 사장은 나를 보자 처음과 마찬가지로 친절하게 대했다. 그리고 고장원인과 교체한 부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몇 가지 부품들은 이곳에서 구하기 어려워 마닐라까지 주문하여 수리했다는 말을 하면서 차량수리비를 내게 내밀었다.

그런데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차량수리비가 인건비를 포함하여 무려 100만원 정도가 나온 것이었다. 100만원이면 우리 가족 한 달 생활비이기도 하였다.



이상하여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그 사장은 부품값 하나하나를 내게 설명하며 차량수리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부품값이 궁금하면 직접 가서 알아보라며 부품가게 몇 군데 일러주었다.





이곳에서의 법은 외국인에게 모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할 수 없이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차를 찾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생각에 그 사장이 일러 준 자동차 부품가게 몇 군데를 들러 자동차 부품값을 비교해 보았다. 확인 결과, 그 사장이 부품값을 배로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내가 속은 것이었다.

화가 나 다시 그 정비소를 찾아가 내가 알아본 사실을 사장에게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사장은 처음에 만났을 때의 얼굴 표정과는 달리 화를 내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물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따갈로그'를 쓰면서 나를 회피했다.

이런 경험을 당하자 처음에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기분이 더욱 좋지 않은 것은 한국 사람을 '봉'으로 생각하는 현지인들의 사고였다. 아무튼, 돈을 다시 돌려받지는 못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좋은 교훈을 얻은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필리핀 바기오에서 차량 수리 시 주의사항>

1. 정비소 여러 곳에 다니면서 고장원인을 찾는다.
2. 부품을 직접 사서 수리를 맡긴다.
3. 수리를 하기 전에 수리비가 정확하게 얼마인지를 물어본다.
4. 수리를 하는 동안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5. 수리를 끝낸 뒤 보증기간이 언제까지인지를 확답을 받아둔다.

앞으로는 나와 같은 한국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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