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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름다운 5월을 맞으며

새싹이 대지를 뚫고 새롭게 올라오더니 어느새 귀엽고 연한 연두색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신록으로 변하는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오월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 앞 동산에도 푸른 나뭇잎들이 생명의 신비로움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녹색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퇴근 무렵에 나뭇잎을 보면 출근때보다 더 커졌다고 손을 흔들며 뽐내는 것 같습니다.

흔히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있는 달이고 행사도 많은 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축제행사가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고 벌써부터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스승의 날은 휴업을하는 학교도 있고 스승의 날이 본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날로 변질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니 어린이날 선물보다는 같이 놀아주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느끼는 점이 참 많았습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만은 사실입니다.
하교를 해도 부모가 반갑게 맞아주기 보다는 아이방에 들어가 컴퓨터와 함께 놀거나 몇군데의 학원을 다니느라 심신이 지쳐버립니다. 특히 직장일에 바쁜 아빠와 얼굴을 대하고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의 수가 점점줄어들고 있으니 한집에 살아 가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정을 그리워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겪으면서 먹고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만하였던 젊은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 노년을 맞이하여 노부부끼리 또는 홀로 고향을 지키며 외롭게 살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부모님들은 텃밭에서 농사를 지어 도시에 나가사는 자식들에게 주는 재미로 굽은 허리를 몇 번씩 펴가며 무릎관절이 시리도록 아픔을 참고 일을합니다. TV를 보는 것이 그나마 낙인데도 너무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고, 정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눌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도 부모의 사랑을 알지만 휴일이 되면 예식장을 다니랴 각종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한달에 한번 찾아 뵙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어버이날도 공휴일이아니라 찾아 뵙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선물을 보내거나 전화통화만 자주해도 효자 효녀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탈이 많은 날이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날은 학창시절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사랑으로 가르쳐주신 은사님을 찾아뵙거나 편지 또는 전화라도 드리면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날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런데 스승의날이 자기자녀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에게 마음이 담긴 선물보다는 촌지라는 이름으로 인사를 하는 부모들의 자식사랑에 대한 욕심이 언론에 확대 보도되면서 교권을 추락시키고 이상하게 변질되면서 선물이나 촌지와는 거리가 먼 농산어촌에 근무하는 교원들까지 무더기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고 안타까운 것입니다.

오월은 정말 좋은 계절입니다. 신록처럼 순수하고 싱그러운 계절에 어린이와 부모님들은 정에 목말라있습니다. 전화한통화에도 활짝 웃으시고 고마워하시는 분들에게는 선물보다도 더 좋은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날도 값비싼 선물을 안겨주기 보다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신나게 뛰어 놀수 있도록 함께 놀아주는 깨끗하고 순수한 오월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월의 첫날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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