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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통일공원에서 마주친 북한 잠수정

- 그 언젠가는 통일된 나라가 될 것이다.

소설가 김주영씨의 작품 중에 ‘아라리 난장’이란 소설이 있다. IMF때 실직당한 샐러리맨이 장돌뱅이로 다시 태어나 진취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에는 전국 각지의 장터와 특산물, 먹을거리 등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소설은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으며 전국 각지의 장터를 돌아다닌 작가의 흔적이 돈독히 녹아있다.

이 소설에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주 무대인 주문진항의 어부들이 그 당시만 해도 꽤 고가인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비싼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이유가 자못 엉뚱하면서도 비장하다. 어부들이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주 이유는 ‘간첩선’이나 ‘잠수함’을 발견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막대한 보상금을 기대하였던 것이다.

지난 1996년 9월의 어느 날이었다. 25명의 승조원을 태운 북한 잠수정이 은밀한 경로를 따라 남한 해역으로 이동하였다. 이 잠수정은 참 운이 없었다. 하필이면 폐그물에 스크류가 걸려 좌초된 것이다. 임무를 완수했는지는 몰라도 잠수정은 파도에 떠밀려 안인진리 바닷가에서 파도에 휘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발견한 어떤 택시기사가 핸드폰으로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과 군이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벌였다. 그 결과 잠수정의 승조원들은 일망타진되고 말았다.

강릉 정동진에서 심곡마을을 지나 헌화로를 타고 내려오면 드라이브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동해의 칼바람과 해안가 절벽에서 내리 꽂히는 산바람이 알맞게 호흡하는 해안도로이다. 이 도로의 끝자락쯤에 가면 북한 잠수정이 아담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통일공원’이다.




통일공원은 지난 2001년 9월에 처음 개관되었다. 약 4만평의 부지 위에 통일안보전시관과 함정 전시관이 설치되어 있다. 통일안보전시관은 304평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국난극복사와 6·25, 통일 환경의 변화, 침투장비 등을 전시해놓았다. 그리고 바다 쪽으로 보면 퇴역 함정을 개조하여 전시관으로 만든 함정전시관이라는 것이 있다.

이채로운 것은 함정 전시관에 쓰인 퇴역 함정의 역사이다. 이 함정에는 태평양을 넘나든 수많은 인물의 흔적이 오롯이 배여 있다. 또한 이 함정으로 인해 희생된 고혼(孤魂)의 울림이 갑판 사이로, 웅장한 규모의 주포 사이로 애처롭게 스며 있다.

원래 이 군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건조한 것이었다. 당시로선 대단한 규모였던 4천 톤 급의 구축함이었고,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 등에서 직접 전쟁을 치룬 함정이었다. 1972년에 미국은 폐기 직전의 이 군함을 한국 해군에게 인도하였는데, 당시 우리 해군은 이 함정에 DD-916 전북함이란 명칭을 붙였다.




그리고 99년에 은퇴할 때까지 우리 영해를 지키는 주력함이 되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선 절로 씁쓸함이 묻어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 해군이 이제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이지스함’을 실전배치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비록 핵심부품은 미제이긴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라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드는 부분이다.

함정 전시관 안에는 다양한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직접 군함을 타 본다는 이색체험도 할 수 있고, 배 안에 설치된 선박 전시물과 해군 관련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주포 조종실에 가서 거대한 포탄과 주포 발사 장치를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전언에 의하면, 이 함정을 설치하기 위해 삼천 톤과 천사백 톤 해상 크레인 두 대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직접 함정의 밑둥치를 본 사람은 이 말이 잘 실감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함정을 들어 올리는 크레인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믿기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발길을 돌려 북한 잠수정이 설치된 야외 데크로 나가 보자. 전북함의 선수에 해당되는 곳에 북한 잠수정이 마치 군함의 새끼인 양 귀엽게 전시되어 있다. 약 325톤의 상어급 잠수함인 이 잠수정은 전장 34m, 전폭 3.8m의 소규모 함정이다. 탑승 인원은 통상 25명에서 30명 정도로 추정된다. 놀라운 것은 도대체 이만한 인원이 어떻게 좁은 잠수정 안에 탑승했는가 이다. 직접 잠수정 내부를 둘러본 사람들이 갑갑함을 느낄 정도로 잠수정 안은 무척 조밀하다. 빼곡히 들어찬 통신 장비와 시설 안에서 25명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의문이 절로 갈 수 밖에 없다.

동해의 해안도로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는 북한 잠수정. 그리고 미군이 쓰다 버린 노후 전함. 묘한 대조를 이루며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는 그들이 이채로운 분위기를 준다. 조금은 씁쓸하고, 조금은 묘하지만 어쨌든 통일공원은 이색적인 분위기를 안겨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동해를 지나는 이들은 전북함의 선수에 서서 통일을 염원하며 코발트블루를 감상하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으리라.

그 언젠가 통일이 되는 날, 이 공원은 명실상부하게 통일공원이 될 것이며 군사무기뿐만 아니라 통일의 모습들이 영광스럽게 전시될 것이다. 통일이여 어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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