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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건축과 도자의 만남,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 건축과 도자의 아름다운 만남

흙을 의미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의미하는 아크(-Arch)를 조합한 단어, 클레이아크. 이 새로운 용어는 척박한 부산경남의 문화 향기를 꽃피우는 자양분이 되고도 충분하다. 회색빛 시멘트 덩어리에 인성과 품성을 잃어가는 요즘, 흙이라는 주제를 들고 나온 시도는 무척 청아하다. 흙이라는 천연 질료를 미술과 결합시킨 의도 또한 순연하다. 그래서 경남 김해시의 진례면에 있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지난 2006년 3월 24일 개관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공직자의 문화마인드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시설물이다. 전직 시장의 집념에 의해 김해라는 소도시에 들어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전국에서 거의 유일한 곳임에 틀림없다. 명칭도 특이하거니와 미술관이 표방하고 있는 주제 또한 특출하다. 미술품이나 조각품을 전시하는 다른 미술관과는 달리 ‘클레이아크 미술관’은 체험을 중시하는 미술관이다. 그것도 도예 제작 과정을 언제든지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미술관이다.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은 우선 그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도자건축물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 전시관의 외벽을 감싸고 있는 재료는 다름 아닌 도자타일인 ‘Fired Painting'이다. 이 타일로 이루어진 건물 자체가 바로 세라믹이며 건축이자 회화인 것이다. 그래서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의 심미적 기쁨은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발현된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도자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중앙 홀의 천정을 덮고 있는 거대한 유리 돔이다. 아치로 이루어진 강철 프레임과 투명한 유리의 만남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자연과의 소통을 부담 없이 즐기게 해준다. 진정 유리는 신이 내린 선물임에 틀림없다. 유리를 통해 인간은 세상과 소통하게 되었으며, 유리를 통해 건물은 단절된 벽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김해 미술관은 크게 보아 전시관과 도예 연수관, 체험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면적은 약 8320m2인데 각각의 시설들이 각각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 그 기능과 목적을 바꾸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스며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미술관 숍과 카페테리아, 도자점, 야외매점 등의 부대시설이 있으며, 미술관의 상징물인 ‘클레이아크 타워’ 등의 건축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미술관은 ‘세계건축도자전’과 ‘위생도기전’과 같은 기획전시를 개최했다. 또한 ‘클레이아크 콜렉션’과 ‘세계건축도자학술회의’등을 개최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세계 수준의 전시행사를 개최한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그 독보적인 존재감이 느껴지는 미술관인 것이다.

현재 김해 미술관에서는 특이한 행사 하나가 열리고 있다. 아마도 이 행사는 클레이아크의 명성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그리고 신선하면서도 아름다운 기억을 사람들에게 남길 것이다.


흙집 사원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조선의 강산에 곳곳이 아로새겨져 있는 황토집이 아닌 흙으로 만든 모스크를 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참 경건하면서도 경이로움을 안겨주는 사원이었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니제르 강을 따라 군데군데 서 있는 신의 건축물들. 붉은 황토로 이루어진 그 경건한 사원은 벨기에 출신의 젊은 사진작가를 붙들어 매놓았다. ‘세바스찬 슈티제’는 이 경건한 흙집 사원을 프레임 안에서 마음껏 재창조해냈다. 그가 찍어낸 피사체들은 이제 전 세계인들에게 그 존재의 경건함을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김해 미술관의 중앙 홀에 가면 이 흙집 모스크를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다. 흙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건축과학이 지닌 생활의 편리함이 이토록 소박하게 결합된 건축물은 없을 것이다. 흙과 쌀겨, 볏 집으로 이루어진 황토 사원을 세바스찬은 흑백의 프레임 안으로 매끄럽게 빨아 들였다. 이제 흙집 사원은 단순한 사원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적 건축물로 훌륭하게 승화된 것이다.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은 앞으로도 도자와 건축 분야의 상호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자는 건축을 통해 그 활용 가능성의 범위를 넓히고, 건축은 도자를 통해 예술적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서로간의 협익을 꾀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오랜 가뭄 끝에 만난 단비처럼 김해미술관은 부산경남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작은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심미적 즐거움의 세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여러분의 문화적 정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소중한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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